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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그는 신의 아들이었나

나이:34살, 키:179㎝, 몸무게:(본인주장)53㎏. 이 지나치게 야윈 청년이 15대 대통령선거전을 내내 뒤흔들어 놓았다. 바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회창씨의 큰아들 정연(34)씨 얘기다.

의학적으로 이 정도의 키라면 표준체중이 71㎏ 정도가 돼야 한다지만 그 는 29살이 되던 91년 2월 체중미달(45㎏)로 병역면제처분을 받았다. 그뒤 미국으로 돌아가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이씨는 94년 2월 귀국해 올 9월까 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전의 와중에서 ‘이 박사’는 현재 ‘자의반 타의반’ 국립소록도병원에서 봉 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7월 중순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 뒤 지지율이 한때 53. 3%까지 치솟았다. 당시 28.2%인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를 멀찍이 따돌려 차기대통령은 떼논 당상처럼 보일 때였다. 그러나 7월 말 임시국회에서 두 아들이 모두 체중미달로 군대를 안 갔다는 사실이 터져나오면서 대선 판세는 일순간에 뒤바뀌었다. 7월 말부터 곤두박질하기 시작한 이 후보 지지율은 3달 동안 10%대를 맴돌았다.

정연씨 체중은 52㎏(81년·고3)-55㎏(83년)-50㎏(90년)-45㎏(91년·면제) -53㎏(현재·본인주장)으로 변했다. 이회창 후보는 “아들이 학업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못해 살이 빠졌다”며 항변했으나, 공교롭게도 신검 때 10 ㎏가 빠진 사실은 이런 항변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정연씨는 9월15일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자의반 타의반’ 국립소록도병원으로 자원봉사활동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한동안 잠잠했 던 병역시비는 투표일을 1주일 앞둔 12월11일 병무청 직원 이재왕(37)씨 가 “정연씨와 고의감량을 의논했다”고 폭로해 다시 불붙었다. 이씨의 병역면제는 “신의 아들은 면제, 어둠의 자식은 현역”이라는 말을 유행 시키며 이회창 후보를 끝까지 괴롭힌 아킬레스힘줄이 된 것이다.

권혁철 기자/ 한겨레 민권사회2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