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뉴스를 만든 사람들

김재오/날아라! 통일강냉이

“설미(10·여)네 가족 4명이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말 기쁩니다. ”

베트남에 발이 묶였던 탈북 식량난민 일가족 4명이 입국했다는 소식이 전 해진 지난 12월15일, 이들 식량난민을 도와왔던 통일강냉이팀 김재오(32) 전도사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사실 10월20일 주베트남 한 국대사관에 인계한 탈북 식량난민 13명 중 일부가 중국-베트남 국경 지뢰 밭에 추방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는 ‘조국에 대한 배신감’으로 눈앞이 캄캄했었다.

“설미네 가족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도 국민들이 큰 관심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9명이 입국할 수 있도록 더 큰 관심을 보여주셨으 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씨는 귀순 요청을 한 탈북 식량난민을 지뢰밭으로 내몬 ‘조국의 배반 ’을 폭로한 지난 12월2일 기자회견의 주역이다. 그는 그렇게 어렵다고 발뺌하던 외무부·안기부가 기자회견 뒤 ‘재빨리’ 설미네를 한국으로 데려온 것을 ‘국민의 성원 탓’으로 돌린다. 사실 김 전도사의 기자회견 뒤 거의 모든 언론이 ‘정부의 비인도적 탈북자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

김재오 전도사와 통일강냉이팀 회원들의 1997년은 정말 바빴다. 올해 초 북한 식량난민을 돕기 위해 모임을 만든 이들은 탈북 식량난민을 주베트 남 한국대사관에 넘겨주기까지 너무도 많은 일을 겪었다. 연변에서의 탈 북 식량난민 구조활동, 그들과의 7천km에 이르는 대장정, ‘자폭지령’에 다름아닌 중국-베트남 국경넘기 등등은 그들이 겪은 일들 중 일부분일 뿐 이다.

“이 일을 하면서 남북 양쪽 정부가 다 위협의 눈길을 보낸다는 ‘충고’ 를 너무나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정말 두려운 마음도 생깁니다 .”

그러나 그는 이런 양쪽으로부터의 위협에도 통일강냉이팀을 움직이게 한 것은 “결국 평가를 내리는 것은 남북한 민중”이라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 김씨의 98년 소망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탈북 식량난민을 돕는 ‘작은 쉰들러들’이 되는 것이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