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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모하마드/기죽지않는 '아시아의독설'

“아시아의 통화위기는 정부의 정책상 잘못 때문이 아니라, 서방 환투기 꾼들의 농간 때문이다.”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통화대란 속에서 각국의 지도자들이 앞다퉈 국제통 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돌아와요’를 제창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만은 오히려 큰소리를 쳐 9 7년 한해 세계의 눈길을 모았다.

그는 특히 이번 통화위기의 장본인으로 미국의 세계적 펀드메니저인 조지 소로스를 직접 거명하면서 공식석상에서 ‘마하티르 대 소로스 논쟁’까 지 일으켰다. 또 최근에는 동아시아 경제에 대한 국제통화기금의 처방이 잘못됐다고 주장해 또 한차례 논란을 부르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 안) 정상회담이 끝난 지난 12월16일에는 한국에 대해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과 동남아끼리 교역할 때 귀한 달러를 쓰지 말고 자국통화로 결 제하자”며 외환위기에 대한 ‘아시아식 극복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역시 지난 여름 타이 바트화 폭락 이후 30% 이상 평 가절하됐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여전히 “국제통화기금의 지원 따윈 필요 없다”며 전혀 기죽지 않은 모습이다.

마하티르 총리의 이런 최근 언행은 그의 평소 정치적 성향에 비춰볼 때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81년 집권한 그는 틈날 때마다 ‘아시아적 가 치’와 미국과 서방과 구별되는 독자노선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마하티르는 ‘반미의식’이 투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본의 우익인 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의원과 함께 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시아> 에서 “미국과 일본의 통상마찰은 황인종에 대한 미국의 편견 때문”이라 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으로 지난 64년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첫 발 을 들인 마하티르는 75년 상원의원과 통산·국방장관 등을 거쳐 81년 총 리에 올라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제사정도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거침없이 미국과 서방자본을 비판하며 쏘아대는 그의 독설 이 내년에도 계속돼 IMF 시대를 맞는 아시아인들에게 청량제가 되어줄 지 주목된다.

임민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