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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트/그 혁명가는 구차했더라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지난 7월 캄보디아 북부 국경지대의 안롱벵. 킬링필드의 주역인 크메르루 주 지도자 폴 포트가 부하들에게 ‘인민재판’을 받게 되자 눈물을 흘리 며 애원한 첫마디였다.

지난 75년 캄보디아에 들어선 크메르 루주 공산정권의 총리였던 그는 농 민공동체에 입각한 공산주의를 내걸고 화폐제도 폐지를 단행했다. 그는 또 수도 프놈펜 주민들의 농촌 강제이주, 지식인 숙청 등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4년 동안 2백만명을 숨지게 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이제 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목숨을 구걸하게 된 것이다.

폴 포트는 지난해 자신이 믿었던 측근이던 이엥 사리가 3천여명의 부하를 이끌고 정부에 투항한 이후 격심한 내분에 시달려 왔다. 그러던 중 지난 여름에는 크메르 루주 내 그의 오른팔격인 손센마저 가족들과 함께 처형 했다. 괜한 의심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자 자신의 부하들에게마저 신망을 잃고 쫓기는 몸이 돼 붙잡힌 것이다.

폴 포트에게 반기를 든 크메르 루주 세력은 현재 그를 ‘종신형’에 처한 상태에서, 훈센 제2총리의 쿠데타로 최근 축출당한 라나리드 제1총리 잔 류세력과 손을 잡아 재기를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 포트가 이끌었 던 크메르 루주는 79년 베트남의 침공으로 친베트남계의 훈센 정권이 들 어서면서 권좌에서 밀려났으나, 이후에도 ‘베트남 세력 축출’을 내걸고 4만여명의 최대 게릴라 파벌로 남아 캄보디아의 밀림을 장악해 왔다.

‘20세기의 가장 타락한 혁명가’ 폴 포트는 1925년 프렉스보프 지방의 부농집안에서 9남매 중 8남으로 태어나, 50년 프랑스 유학을 거쳐 공산당 원으로 활동하다 크메르 루주를 결성했다. 시아누크 국왕 정부의 탄압을 피해 국경지대의 산간오지에 피신했던 폴 포트는 원주민들의 공동체 생활 에 깊은 인상을 받아, 75년 론 놀 정권을 축출한 뒤 이를 그대로 실행하 려 했다고 전해진다. 본명이 살롯 사르인 폴 포트의 형인 살롯 셍은 그가 “어린 시절 매우 얌전한 소년이었고 프랑스 유학 이후에는 동생을 한번 도 만나보지 못했다”며, 나중에야 “그 악명높은 폴 포트가 동생임을 깨 닫고 놀랐다”고 말했다. 살롯 셍도 75∼79년 크메르 루주 집권 당시 자 신의 아들을 잃었다.

임민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