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뉴스를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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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2일 베이징 한국영사관에 망명신청을 한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가 남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북한의 혈맹인 중국 땅에서 남한 외교에 ‘승리’를 안겨주며 남한땅을 밟은 이 노 철학자가 공식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북쪽의 전쟁준비 등을 남쪽에 알려 민족을 파멸에서 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안기부 강화, 북한 경제의 남한 경제에의 예속” 등을 ‘민족의 살 길 ’로 제시했다. 현재까지 안기부의 보호 아래 있는 황장엽씨는 ‘시의적 절하게’ 안기부를 통해 이런 처방을 되풀이 발표해 남쪽 언론의 한 귀퉁 이를 장식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남쪽 사회에서 전면적인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물론 북 한 사회의 폐쇄성 등 황씨가 주장한 내용 중 일부는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안기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그가 ‘매카시 놀음’ 의 꼭두각시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진보진영은 ‘대규모 조직 사건’ 가능성에, 야권은 ‘정치적 악용’ 가능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실 제로 실체를 알 수 없는 ‘황장엽 리스트’가 우리 사회를 떠돌아다니기 도 했다.
따라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아무리 좋게 평가를 해도 ‘남북 정보기관 에 이용되는 지식인의 슬픈 운명’ 이상을 넘지 못할 것 같다. 이는 지난 8월 자진 월북한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의 북한에서의 행태가 황장엽씨의 그것과 꼭 닮아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오익제씨가 그가 김대중 국민 회의 대통령 후보에게 보낸 편지가 남한 대선 과정에서 쟁점이 된 것을 원했는지 원하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북한 정권의 밀약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익제씨는 의도 와는 관계없이 북한 정보기관의 ‘꼭두각시’가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 다.
김보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