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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사진의 행복한 만남

(사진/데니스 스탁 작.)

사진 찍히는 걸 망설인다면, 그는 영화배우이길 포기해야 할 것이다. 오 늘날 스타들의 사진은 그와 접촉하길 갈망하는 관객들이 싼값에 사서 가 질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이 됐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부터 전문서점, 노점 상까지, 대량인쇄된 스타들의 브로마이드가 팔려나간다. 영화배우를 담은 대형 패널들이 젊은이들의 놀이 공간을 장식하고, 잡지들의 표지가 그들 의 얼굴로 도배된다. 대중들은 누구나 그들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사진의 민주성이다.

1백70여년을 헤아리게 된 사진의 역사는 그의 동생 뻘인 영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흘러왔다. 초창기 영화를 ‘활동사진’이란 불렀던 배경엔 이런 내력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그들이 다루고자 했던 것은 시간의 관점 에서 정반대였다. 사진이 ‘거기 있었던 것’을 찾는 과거지향적 서술형 식을 가졌다면, 영화는 앞으로 일어날 것을 기다리는 미래지향적 매체다. ‘사진, 영화, 사람’전(11월21∼27일 서울 백상기념관)과 ‘20세기 영화 사진전’(11월27일∼12월26일 서울 삼성플라자 태평로점 특별전시장)은 앞으로 전진해야만 하는 영화 속의 한순간을 고정시켜놓고 그 감동을 되 새긴다.


영화 속의 한순간에 감동이 머문다

‘사진, 영화, 사람’전은 서양보다 짧은 우리나라 영화전문잡지의 역사 를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영화 월간지 <스크린> <로드쇼> <키노> <프리 미어>와 종합영상주간지인 <씨네21>에서 일하는 10명의 사진기자들은 얼 추 10년을 헤아리는 영화전문 사진기자들의 활동을 스스로 드러내보이기 위해 이 전시를 기획했다. 서범세 서원삼 김재영 김대형 염승호 박정호 손홍주 이혜정 오계옥 김재성씨는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들의 모임’(이 하 영사모)을 결성했고, 그들이 전문기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 속 사 진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내놨다.

(사진/손홍주 작. )

그들이 재료로 삼은 첫번째 피사체는 물론 배우들이다. 스튜디오에서 인 공적인 조명과 연출을 받아 태어난 그들의 이미지는 출연 영화 또는 그의 스타성을 함축하고 있다. 한국의 창녀촌 역사를 거칠게 훑은 영화 <창>의 주인공인 신은경씨는 분홍빛 화면 속에서 요염하면서도 무표정하게 슬픈 얼굴로 떠오른다. 김혜수씨의 풍만하면서도 도발적인 몸과 눈빛은 사진기 자들에게 렌즈를 들이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밋밋하고 평범한 색깔의 안성기씨, 얼굴 자체가 희극성을 담고 있는 박중훈씨는 그 성격 그대로 정직한 사진을 남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2층에 걸친 전시장을 돌 아 나오는 관객들의 머리 속에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와 영화는 드물 다. 대중성으로 치자면 으뜸이라 할 최진실씨의 모습조차 희미하다. 자기 목소리를 확고하게 가진 배우, 감독이 드문 한국 영화의 취약점을 ‘영사 모’의 카메라는 정확하게 복원해 놓은 것이다.

‘20세기 영화 사진전’은 1947년 창립된 국제적인 보도 사진가 집단 ‘ 매그넘’의 회원들이 찍은 영화 관련 사진 1백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쟁 사진으로 이름난 로버트 카파로부터 프랑스의 유명한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까지, 42명의 회원들이 세계 각국의 촬 영 현장과 배우, 감독, 극장 풍경들을 흑백과 컬러사진으로 회상한다.

그들의 카메라 렌즈가 가장 탐냈던 것은 여배우들이다. 50년대의 오드리 헵번과 잉그리드 버그먼은 사진 속에서 영원히 늙지 않는다. ‘만인의 연 인’ 마릴린 먼로는 <7년만의 외출>에 나오는 ‘지하철 통풍구’ 장면에 서 아직도 치마를 날리며 쭉 뻗은 그의 요염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제 임스 딘의 반항적인 눈빛과 몸짓은 왜 그의 사진이 수많은 젊은이들의 방 에 아직 걸려 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98년 ‘사진·영상의 해’를 앞둔 시점에서, 두 전시는 영화와 사진이 이 룩할 수 있는 행복한 만남과 상호보완적인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정재숙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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