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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찾는다
“오늘날 일본의 소니와 도요타를 만든 것은 쇼토쿠 태자다”라고 말한다 면 지나친 비약일 것이다.
그러나 쇼토쿠 태자에게서 소니와 도요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를 테면 쇼토쿠 태자는 일본 고유의 신도와 외국에서 들어온 불교와 유교를 갈등없이 소화한 인물이며, 외래 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재창조라는 전통 을 세운 인물이다.
바로 이런 태도가 현대 일본의 소니와 도요타를 만들었다. 일본은 녹음기 와 자동차를 발명하지 않았으나, 그 기술을 받아들여 현재는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 자동차 생산국이며 수출국이 됐다.
사카이야 다이치가 짓고 양억관이 옮긴 <일본을 이끌어온 12인물>(자유포 럼 펴냄)은 바로 이런 현대 일본의 뿌리를 찾고 있다. 그에 따르면 현대 일본의 특성은 반드시 과거에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태도)라는 일본인의 이중적인 정신구조, 나아가 권력구조는 미나모토 요리토모가 만든 바쿠후(막부)라 는 권위와 권력을 나누는 독창적인 권력기구에서 말미암았다. 힘은 있었 지만, 명분이나 실리적으로 천황제를 부정하기 어려웠던 미나모토는 자신 은 정이대장군에 머문 채 정치·군사 권력을 한손에 거머쥐었다. 그가 만 든 바쿠후 체제는 19세기 말 쇼군(장군)들이 메이지 천황에게 권력을 넘 길 때까지 7백년이나 계속됐다.
반면 황가와 귀족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최고의 권위를 누렸다. 소설 <겐지모노가타리>의 주인공 히카루겐지는 바로 이런 귀족의 표상이 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무능한 히카루겐지는 오직 “그렇게 하도록”이 라는 말만을 되풀이했을 뿐 정치에 무관심했다. 귀족은 우아하게 멋과 문 화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중간 관료가 움직이고 최고권력자들은 폼만 잡는 오늘날의 일본은 바로 이런 전통에서 기인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영지를 가지고 그를 거꾸러뜨리 기 위해 세키가하라의 결전을 기획한 이시다 미쓰나리는 보잘것없는 지위 를 가지고 거대 프로젝트를 최초로 기획한 인물로 그려진다. 비록 그의 기획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런 프로젝트는 이후 만주국,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 신칸센 건설, 도쿄올림픽 개최 등으로 이어진다. 바로 일본의 거대 콤플렉스의 시작이고 위험성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또 일본의 ‘칼뱅’인 이시다 바이간, 일본 관료제도의 틀을 다 진 오쿠보 도시미치, 경제대국 일본을 일으킨 시부사와 에이이치, 이케다 하야토, 마쓰시타 고노스케, 현대 일본의 55년 체제를 만든 맥아더 등을 다룬다. 이 책이 일본 문화의 원류를 제대로 좇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 일본 특파원 출신으로 전 고려원출판사 일본문화연구소장을 지냈으며, 현 재 자유포럼출판사의 대표인 조양욱씨의 안목을 일단 믿어보는 게 좋을 것같다.
김규원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