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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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플레더 감독
앤디 가르시아, 가브리엘 앤워 주연
갱스터 영화의 제1원칙은 죽음이다. 누가 언제까지 죽이거나, 죽어줘야 영화가 끝나는 것이다. 그걸 방해하는 통제 세력에 죽기 살기로 맞붙는 것, 그래서 굵고 짧게 살다가는 것은 갱스터 영화 주인공들의 숙명과 같 다.
<덴버>는 이 갱스터 영화의 도식을 정공법으로 그려냈다. 원제목 ‘네가 죽었을 때 덴버에서 할 일’은 출세와 몰락의 외줄타기에서 떨어진 한 사 내의 마지막을 암시하고 있다. 목숨이 붙어 있는 48시간 안에 뭔가 해야 하는 갱스터의 최후는 ‘죽기 전엔 속셈을 알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신학교를 다닌 이력으로 ‘성자’란 별명으로 불리는 지미(앤디 가르시아 )는 암흑가에서 발을 빼고 건실하게 살아가려고 ‘유언 비디오 회사’를 운영하는 멋지고 의리있는 남자. 옛 보스(크리스토퍼 워컨)는 그런 그를 놔두지 않는다. 못난이 아들의 여자친구가 다른 애인의 품으로 가버리자 그 놈을 혼내 주라는 치사한 일을 맡긴다. 요트을 사 근사한 ‘선상 건배 ’를 하자고 의기투합했던 옛 동료들을 불러모아 ‘딱 한판만’을 외친 지미는, 인정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 일은 엉뚱하게 꼬 이게 된다. 보스는 동료들을 ‘개죽음’ 시키고 그도 보스의 아들을 저승 에 보내면서 48시간의 끝을 죽음으로 맞는다.
<덴버>는 어찌보면 교훈 투성이인 영화다. 지미가 잘 가는 가게에 매일 나와 앉아 있는 노인은 갱스터들의 옛날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인생이란 한방의 방귀지, 잠깐 악취를 풍기고 사라지지” 따위의 이바구를 풀어 놓 는다. 지미가 만드는 ‘유언 비디오’엔 죽음을 앞둔 시한부 인생이나 노 인들이 자식들에게 남기는 인생 명언들이 담긴다. 거리의 창녀에게 씨를 남기고 죽는 지미 자신도 우정과 정의에 대한 고담준론을 그 비디오에 실 었으니, ‘죽기 전에 우리가 이곳에서 할 일’은 “네 인생을 맘껏 즐겨 라!”
정재숙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