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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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와 접촉하는 길은 팩스(0652-242-1452)뿐이다. 그에겐 전화번 호가 없다. 푸서리 같은 세상에서 대거리하는 자들과 상대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는 소심하면서도 굳세 보인다. 또 하나, 글로 먹고 사는 그답게 오로지 글로만 대적해 주겠다는 의사 표명인 것 같다. 서면 인터뷰는 보 낸 지 몇 시간이 안 돼 빠르게 날아왔다. 짧은 질문에 긴 대답을 줄여 싣 는다.
<김대중 죽이기>(1995)
이로부터 모든 문제는 비롯했다. ‘김대중 죽이기’라는 일반명사를 고유 명사로 만들기 시작한 이 책이 나오면서 강준만도 고유명사에서 일반명사 가 됐다. 김대중처럼. 그러나 이 책의 주제는 ‘김대중 죽이기’라는 제 목에 걸맞은 ‘김대중 살리기’가 아니라, “김대중은 떠나도 전라도는 남는다”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개마고원.
<김영삼 이데올로기>(1995)
‘버디 무비’를 아는가? 서로 좋아하는 듯 싫어하는 듯 사내들끼리 짝이 돼 풀어나가는 영화를 이르는 말이다. 이 책의 주제는 1971년 신민당 전 당대회부터 이제껏 한국 정치사가 버디 무비라는 것이다. 김영삼과 김대 중의 겨루기, 그리고 그들의 손잡기가 한국 정치를 이끌기도 하고 얼룩지 게 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둘의 손잡기는 1997년에도 요원해 보인다. 개마고원.
<전라도 죽이기>
“김대중은 떠나도 전라도는 남는다”는 것이 처음부터 강준만의 문제의 식이었다. 그러나 이를 “전라도는 떠나도 김대중은 남는다”라고 잘못 읽은 독자들도 많았다. 이런 독자들, 특히 지식인들을 위해 쓴 책이다. 강준만은 여기서 김대중의 문제는 전라도 문제의 축소판이고, 다시 전라 도의 문제는 한국 사회에 광범하게 존재하는 차별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개마고원.
<서울대의 나라>
강준만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 다음으로 가장 크게 받는 혐의는 서울대 출 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김대중과 전라도에 대한 차별을 뒤집으면 무 엇이 될까 하는 데 천착한다. 그것은 독점이고 의사소통의 일방통행이다. 학력에 따른 차별, 그리고 학력에 따른 특권을 전제로 한다. 이 책에서 그의 영역은 차별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구조, 게임의 룰로 확장된다. 개마 고원.
<인물과 사상1∼4>
이른바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저널룩’을 표방한 잡지형 단행본. 이전의 책에서 펼치지 못한 상상의 날개를 자유롭게 편다. 이른바 ‘출판 의 언론화’에는 정치인, 경제인, 문화예술인, 학자, 언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뤄진다. 강준만의 논쟁의 영역이 단지 김대중이 아니라, 기존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은 여러 영역을 포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마고 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