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과학

별을 잉태한 우주의 황무지

맨눈으로 보는 밤하늘은 온통 별이다. 그러나 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별 사이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성운에 놀라게 된다. 성운은 그 신비 롭고 장엄한 모습만큼이나 천문학자들에게도 중요한 탐구의 대상이다. 성 운은 별이 태어나는 자궁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별은 성운이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밀도가 높아져 만들어진다. 1천억개 가 넘는 별로 이루어진 우리 은하 내의 성운에서는 지금도 이런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별이 태어나고 있다.

성운을 이루는 대부분의 물질은 수소이다. 이 수소 구름은 크면 클수록 서로 잡아당기는 자체 중력이 밀쳐내는 열에너지보다 커서, 수축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수소 가스들이 아주 고압으로 수축하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 빛을 내는 별이 되는 것이다.


수소 가스 적은데도 '별'로 자라

서울대 홍승수 교수(천문학과)는 태양계에서 4백50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 의 활꼴성운에서 태어나고 있는 아주 특이한 별을 지난해 12월 보현산천 문대에서 관측했다. 이 별은 도저히 별이 만들어질 수 없는 우주의 황무 지 같은 성운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홍 교수는 최근 이 별이 바로 옆에 있는 뜨거운 별의 전리작용에 의해 태 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내 천문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보현산천문대 에서 관측된 활꼴성운의 아름다운 모습도 함께 공개돼 이 학회지 표지에 실렸다.

성운은 질량이 일정량 이상 돼야 스스로 수축해 별로 태어난다. 하지만 홍 교수가 대덕 전파망원경으로 별이 태어나고 있는 활꼴성운 영역 내부 의 질량을 계산한 결과 별이 생길 수 없을 만큼 수소의 양이 작았다.

홍 교수는 “그런데도 활꼴성운에서 별이 만들어진 것은 성운에서 오른쪽 으로 5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표면온도가 매우 뜨거운 별(태양광도의 12 배)이 있어, 성운 내에서의 별 탄생을 촉진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고 말한다.

보통 별의 표면온도는 6천도 정도지만, 이 별의 온도는 4만도나 되고 반 지름도 태양보다 4∼5배가 크다. 이 뜨거운 별에서 나오는 큰 에너지를 지닌 광자가 활꼴성운의 수소를 전리시켰다. 이 때문에 활꼴성운의 바깥 쪽은 온도와 압력이 높고 안쪽은 낮아져, 안쪽을 짓누르게 되면서 중력 수축을 자극해 별이 태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보현산천문대에서 찍은 분광관측사진에서 활꼴성운이 빨갛게 보이는 것은 전리된 수소가 내는 수소 알파선의 색깔이다. 즉 이 사진은 전리된 수소 가 내놓는 6563옹스트롬의 가시광선만을 본 것이다.


“활꼴성운은 별이 생긴 뒤의 찌꺼기”

홍 교수는 “별이 생기면서 주변을 가열하자 가스는 팽창하면서 흩어졌다 ”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활꼴성운은 별이 생기고 난 뒤 남은 찌꺼 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금부터 수백만년에서 1천만년 전 이 별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운은 별을 만든다. 하지만 별은 일생을 다하게 되면 폭발하거나 부풀어 거죽이 벗겨져나가면서 다시 성운으로 돌아간다. 일종의 윤회인 셈이다. 하지만 태초에 빅뱅으로 만들어진 성운과 나중에 별에서 만들어진 성운은 성분이 전혀 다르다. 태초에 만들어진 성운은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별의 죽음에서 비롯된 성운은 탄소와 산소를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지구와 인간의 몸도 별 거죽이 폭발해 우주공간으로 흩어진 것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동호 기자/한겨레 생활과학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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