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고속통신의 패권을 잡아라

(사진/한국통신에서 제공하는 ISDN 서비스를 이용하면 1회선으로 인터넷과 전화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을 위한 통신환경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꿈의 통신망’으 로 불리던 ISDN(Integrated Serviced Digital Network) 상용서비스가 올 1월부터 시작되었고, 지난 5월에는 56Kbps 모뎀이 일제히 출시되어 빠른 서비스에 대한 갈증을 풀어 주었다. CATV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도 머지 않아 상용화될 예정이다. 56Kbps 모뎀은 업그레이드가 쉽고 가격이 저렴 하지만 표준 규격이 정해지지 않아 선택에 위험부담이 따른다. 현재로선 빠른 속도로 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ISDN 서비스를 선택하는 게 현 명하다.

ISDN은 대량의 데이터를 전달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전화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고속·고품질의 디지털 종합정보통신망인 ISD N은 데이터는 물론, 음성·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하나의 통합된 망으로 제공한다. 1회선만 있으면 전화와 개인용 컴퓨터, 전화와 팩스 등 두 종류의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각종 데이터의 고속검색이 가능하기에 통신비용을 줄이고, 재택근무·화상회의·원격감 시·원격진료 등 응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매력이 있다. 디지털 신호방식이기 때문에 변화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접속효율이 높고, 에러가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통신에서 제공하는 ISDN 서비스는 협대역(Narrowband)방식으로 개인 사용자를 위한 BRI(Basic rate ISDN) 회선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기업체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PRI(Primary Rate ISDN) 회선 두 종류로 나 뉜다. 가입업체가 PRI 서비스를 위해 라우터나 ISDN 전용 교환기로 사설 망을 구축하면, 최대 30명이 동시에 64Kbps 속도로 통화할 수 있다. 하지 만 한국통신에서 제공하는 PRI 회선이 연말까지 8백50여 회선에 그쳐 수 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인이 가정에 설치하는 BRI 회선은 최대 128Kbps의 전송속도를 제공한 다. 한개의 BRI 채널을 이용해도 아날로그 전화기를 사용한 28,800bps보 다 3배 정도 빠른 속도다. 현재 전국 1백44개 통화권 가운데 1백5개 권역 에서 1만8천여명이 가입했다. 통화권역에 있다 해도 전화국에서 4km 반경 이내이며 전화선이 구리여야 설치가 가능하다. 한국통신 ISDN 사업부 곽 창호 부장은 “인터넷 연동 서비스 시행 1년 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새로운 응용 서비스가 추가된다면 가입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교환기 증설에 따른 시험이 끝나면 적체현상이 어느 정도 풀릴 것이다”며 ISDN 사업의 성장가능성을 자신했다.

가정에서 ISDN을 이용하려면 지역전화국(전화: 국번+0200, 0000)으로 가 입신청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입비 10만원과 설치비 8천원 등 10만8천원이 필요하며 기존의 전화번호를 바꿔야 한다. 아날로그 전화는 해약하면 가 입비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ISDN은 환불이 안 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 통신요금은 3분당 45원으로 일반전화와 같지만 통신을 하면서 전화를 사용하면 요금은 두배로 부과된다. 기본요금은 5천원이지만 일반전화에서 요금의 10%로 부과하는 전화세는 없다.

ISDN 이용요금은 일반전화와 큰 차이가 없지만 부가적인 장비구입비가 만 만치 않다. 전화국에서 오는 회선을 연결해 전화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회 선접속장치 NT(Network Terminator)와 디지털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는 TA (Terminal Adapter)가 통합된 ‘NT복합TA’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30만원 에서 40만원을 들여야 한다. 물론 ISDN 전화기는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 으며 노트북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고속통신 서비스의 패권을 차지할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ISDN. 가입비를 10만원으로 크게 낮췄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핵심장비의 국산화로 가 격을 대폭 낮추는 게 절실하다. 현재 전화국 교환기의 차이로 발생하는 연결 장애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ISDN이 첨단기능을 자랑해도 양질의 서비스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김수병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