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책을 쓴다

강신자(36)씨는 재일동포 3세다. 그리고 작가다.

강씨에게 한-일 관계와 교류는 화두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자신이 한국 인임을 처음 밝힌 뒤부터다. 그때부터 골깊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자신 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한시도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모든 재일동포의 머릿속에도 같은 화두가 간직돼 있으리라.

강씨는 3세임에도 또박또박 우리말을 구사할 수 있다. 누가 가르친 것이 아니다. 일본 속의 한국인임을 자각한 뒤 스스로 한국에 와서 배웠다. 그 게 재일동포 2세, 3세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국인들은 잘 모른다. 더 자라서는 책을 써냈다. <가장 보통의 재일 한국인> <나의 월경(越境) 레슨-한국편>. 모두 자신과 한국과 일본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최근 한국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새로 낼 책 때문이다. 새 책의 제 목은 역시 <한일 음악 노트>. 20세기 들어 한-일의 대중음악이 어떻게 서 로 영향을 주고받았는가에 대한 책이다. 일본 이와나미출판사에서 먼저 나오고 그뒤에 우리말로도 옮겨질 예정이다.

그가 많은 관심을 기울인 대목은 70∼8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굵직한 발 자취를 남긴 한대수, 송창식, 김창완, 김수철 등 음악인들과 작곡가 손목 인에 대한 르포 형식의 인터뷰들이다. 이 인터뷰들에서 강씨는 한국 대중 음악이 해방 전 일본 음악과 유통산업의 장악 속에 자라다가 해방 뒤 어 떻게 가지쳐 나가는가를 살피고 있다.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국경이 존재해요. 특히 한-일간에는 더욱 그렇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높은 장벽이 있어 요. 아마 모든 나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는 그 국경을 넘자고 말하렵 니다. 국민국가라는 구심력을 끊을 수 있는 새로운 원심력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그의 정체성 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김규원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