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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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혹시라도 더이상의 관심이 모아질까봐 부담스럽습니다. 어디까 지나 주인공은 3명의 대선후보들이잖습니까. 아무튼 이번 토론회가 21세 기 한국을 이끌고 갈 지도자를 검증하고 비교평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 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12월1일 방송3사가 생중계한 제1차 대선후보 합동TV토론회의 사회를 본 시사평론가 정범구(43) 박사. 이날 국민들의 눈과 귀는 3명의 후보뿐 아 니라 능숙하고 정갈한 말솜씨로 후보자간의 토론을 중계하면서 때로는 패 널리스트가 돼 후보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정 박사에게 쏠렸다. “ 저 사람이 누굴까. 텔레비전에서 못봤는데. 대학교수도 아니고.”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했다.
그러나 그는 각종 토론이나 생방송의 명사회자로서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정치비평가로 널리 알려진 명사이다. 지난 94년 5월부터 CBS의 저녁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매주 월∼금 저녁 7∼9시)의 고정 사회자를 맡아왔다. 정 박사는 이 프로그램에서 양비론 대신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리는 명쾌한 논리와 부드러운 진행솜씨로 95년 PD연합회가 뽑 은 라디오 진행자상을 수상했다.
그의 사회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얼마 전 CBS의 대 선후보 초청토론회 때 각 당쪽으로부터 불편부당함을 인정받았다. 방송토 론위원회가 선정한 55명의 예비 사회자 가운데 정 박사에게 3당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 박사는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거쳐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90년 8월 귀국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기도 했던 그가 라디오 방송 진행자를 택한 동기는 남다르다. 국내 적응 기간 을 거친 뒤 몇 군데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달라는 부탁도 있었지만, 그는 방송일을 택했다.
“독일 등 서유럽에는 사회적인 시민 정치교육이 다양하게 이뤄집니다. 국가나 사회단체가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하고 후원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그런 것이 별로 없잖아요. 제가 학교보다는 방송을 결심하게 된 것은 좀 거창하게 비칠지 몰라도 바로 시민 정치 교육 차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 사안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정 치적 전망을 갖게 하는 일이 성숙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 아니겠습니까? ” 그는 “텔레비전보다는 라디오가 더 인간적이고 편안해 라디오 사회를 더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