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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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 박기완(33) 일일모니터팀장은
날마다 뉴스를 녹화하고 몇번씩 틀어가며 보면서 놓치는 것이 없는지 확
인한다. 웬만한 사명감이 없으면 못 참아내는 지루한 작업이다. 하지만
교묘하고 의도적인 차별을 발견할 때면 잠시나마 피곤을 잊는다.
최근에는 <서울방송> 오후 8시를 되풀이해 틀다가 다른 방송사와는 중요
한 차이를 찾아냈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는 각각 50초를, 이인제 후보에게는 이보다 20초가 적은 30초의 방송시간
을 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김대중·이회창의
양자대결로 대통령선거를 몰아가려는 방송시간 조작이라고 설명한다. 이
는 지금까지 그나마 지켜져오던 ‘형식적인 공정성’마저 위협하는 징후
로,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후보들의 방송시간은 같게 해야 한다는 게
선감련의 의견이다. 그렇지 않으면 12월 들면 화면상의 차별까지 생길 수
도 있다고 박 팀장은 경고한다. 13, 14대 대선처럼 특정후보의 모습은 박
진감 넘치는 화면으로 길게 처리하고, 나머지 후보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화면이 짧게 방송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이 선거를 한달 앞두고 여론조사 발표를 금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
각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
으나, 특정후보에 유리하도록 여론조사가 악용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는 차라리 금지가 낫다는 생각에서다.
방송 보도가 신문와 비교되는 차이중 하나로 박 팀장은 진보진영을 대표
해 대통령후보로 나선 국민승리21의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기사
가 자주 전파를 탄다는 사실을 꼽는다. <한겨레>를 뺀 대부분의 중앙일간
지가 권 후보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10월중
방송3사의 선거보도에서 전통적인 여·야당의 구별을 빼고 유력한 3후보
들을 다루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박 팀장이 꼽는 이전과 다른 중요한 특
징이다. 후보간 공약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지난달 16일부터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
되기 하루 전인 24일까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보도하기 위해 자
체조사뿐 아니라 신문사의 조사결과까지 동원하는 등 여론조사를 지나치
게 자주 인용 보도했던 것은 집권당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조준상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