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이주의 독자

치과의사 한혜경씨

한국보훈병원에서 치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한혜경(27)씨. 그는 대학시절 학생회실에서 <한겨레21>을 처음 보았다. 학생회 활동에 적극적 이지 않았던 그였지만 <한겨레21>이 도착할 목요일이나 금요일쯤에는 어 김없이 학생회실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한겨레21>을 보기 위해 학생회실 에 오느냐는 주위의 핀잔(?)도 웃음으로 받아넘기면 그만이었다. 그때부 터 그는 <한겨레21>의 열성독자가 되었다. 요즘은 정기구독자로 병원에서 받아보지만 목요일이면 ‘배달원’ 노릇을 자처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지요. 우편물이 도착했을 시각이 되면 어느새 발길이 우편물 함이 있는 곳으로 옮겨지곤 합니다. 항상 기대를 채워주는 특집기사와 재 치가 번뜩이는 시사SF 등 고정란이 있어서 좋습니다.”

그는 <한겨레21>에 여느 시사주간지에서 넘볼 수 없는 비판적 기사에 후 한 점수를 준다. “조선족 사기사건은 <한겨레21>의 특종으로 사회적 반 향을 일으켰잖아요. 북한과 환경문제는 독보적이라 생각해요. 북파간첩이 야기도 좋았어요. 요즘에는 특종이랄 만한 기사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 아 아쉽지만, 마음을 적시는 기사에 가슴이 포근해지곤 합니다.” 얼마 전에 실린 ‘가을! 한통의 편지가 그립습니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편지 쓰기를 좋아하면서도 컴퓨터통신에 익숙해져가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 었다. “‘다들 누군가에게 답장하십시오. 꼭’이라는 기사의 추신이 머 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그래서 통신으로 만나는 친구에게 자판이 아 닌 볼펜으로 편지를 썼어요. 앞으로도 우표를 붙여야 수신자를 찾아가는 편지를 자주 쓰고 싶어요.”

그는 장신이다. 여성으로선 보통키가 훨씬 넘는 175cm에 이른다. 학생 때 는 큰 키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혼기에 이른 지 금은 사정이 다르다. 허리를 숙여 환자를 치료하기에 시간이 지속되면 허 리가 아프고, 남자친구를 사귀려 해도 키를 맞추려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 는 것이다. 통신을 즐겨하는 것은 선입견이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 무런 제한없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잖아요. 동호회 모임을 통해 취미 생활도 할 수 있구요.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서로의 필요에 따라 만날 수 도 있구요.” 번개모임에서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한겨 레21>의 맛기행에 실린 이름난 맛집을 줄줄 꿰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의사인 그답게 ‘건강만세’란에 대해 한마디 덧붙인다. “소아과를 연재하면서 소아치과도 몇차례 다루었으면 합니다. 치아는 어렸을 때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아기들이 젖병을 물고 자는 것은 충치를 부르 는 것입니다.” 최근에 그는 <한겨레21>에 이런 내용의 항의엽서를 보내 기도 했다. “내용이 충실한 <한겨레21>을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만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제본이 튼튼하지 못하고 몇장씩 찢겨져 있다면 내용은 무용지물입니다. 마무리, 포장이 잘된 <한겨레21>을 보고 싶습니 다.”

김수병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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