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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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안방교도소 연다
재소자들이 교도소가 아닌 자기 집에서 징역형을 살 수 있도록 고고안된 전자감시시스템(태깅시스템)이 영국의 교도행정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태깅(Tagging)시스템이란 죄수에게 손목이나 발목에 전자추적장치를 달아 그의 주거를 집 주변 등으로 제한한 뒤 이를 모니터하는 제도다. 만일 죄 수가 이 장치를 벗어버리거나 제한지역을 이탈하면 즉시 감옥으로 송환된 다. 영국 정부는 이 감시업무를 각 지역의 사립 보안회사에 맡길 예정이 다. 영국 정부가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교도행정의 효율성’, 즉 ‘감옥살이’가 가장 효과적인 교도수단인가 하는 물음에서 비롯됐다. 지난 11월25일 잭 스트로 내무장관은 조만간 전국 교도소에 수감중인 죄 수의 10%를 조기에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약 6천명으로 추산되는 대상자 들은 3개월 이상 4년 미만의 금고형을 받고 이미 상당기간 복역한 죄수들 이다. 일단 교도소 내의 엄격한 심사기준을 거쳐 시행될 이 제도에서 폭 력범이나 성폭행범은 무조건 제외된다. 좀도둑과 가석방 대상자, 경범죄 누범자들이 주요 대상인 것이다.
특히 이 제도는 소년범들에게 많이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전국 교도행정 청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교도소 수감의 교화효과가 거의 ‘제 로’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교도당국은 이 제도가 청소년에게 가 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줘 뛰어난 교화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 고 있다. 그간 영국에서는 교도소 소년범의 낮은 교화효과 탓에 청소년을 성인 교도소에서 완전히 분리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왔다. 정부의 이번 조처는 지난 2년간 시범운영을 거친 뒤 이뤄지는 것이다. 그간 잉글 랜드의 몇군데에서 운영해본 결과 조기 석방자 중 85%가 형기를 마치는데 성공했다.
영국 교도당국이 스웨덴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이 제도를 도입한 배경 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전국 교도소의 수용인원이 포화상태를 넘 어 이대로 가다가는 교도행정이 마비될 지경인 것이다.
더욱이 태깅시스템이 매우 경제적인 제도라는 것도 이 제도의 장점으로 꼽힌다. 죄수 한명을 가둬 놓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2만4천파운드인 데 비해 이 제도를 도입하면 비용이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제도 시행 전 2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친 데서 알 수 있듯 이 제도 를 시행하는 영국 정부의 태도는 매우 조심스럽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교도행정 예산을 줄이려 한다는 비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를 범죄자 소굴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지역사회가 이제는 ‘교도소의 부담’을 떠넘기려 한 다는 여론과 애초 노동당 정부가 외쳐온 범죄소탕의지와는 전혀 다른 ‘ 무른 행정’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일부의 비난 속에서도 영국 교도당국이 이 제도 실시를 결정한 것은 감옥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 는 아니라는 의견이 더 넓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내에서 벌어지는 교도행정과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은 교도행정 목적 이 재범방지와 교화인가 아니면 일벌백계가 우선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 에 뿌리를 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런던=권은정 통신원
총회꾼은 감초 아닌 잡초
4대 증권회사의 하나인 야마이치증권이 무너지는 등 일본 금융계가 흔들 리면서 그간 일본 주총현장에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 있던 총회꾼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우선 지난해 단 1건에 그쳤던 총회꾼 적발 건수가 올 들어 줄을 잇고 있 다. 총회꾼들에 의해 주총을 ‘조작’하려는 사건은 올 들어 4대 증권회 사인 노무라, 야마이치, 다이와, 닛코를 비롯해 다이이치칸교은행에서 잇 따라 밝혀졌다. 또 10월 들어 미쓰비시그룹과 히타치그룹 등도 총회꾼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져 참을성 많은 일본 샐러리맨들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총회꾼이란 일본 주총현장에 나타나는 직업적 주총방해꾼을 말한다. 일본 의 많은 기업은 연 1회의 주주총회를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거행하며 시간 역시 30분 정도로 순식간에 처리하는 관습에 젖어 있다. 이를 위해 동원 되는 것이 ‘여당 총회꾼’. 이들은 기업의 치부를 공격하여 이득을 얻으 려는 ‘야당 총회꾼’을 봉쇄하고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준다. 이들은 주총을 주주의 이익을 위한 자리가 아닌 형식 을 갖추고 회사의 이익을 지키는 자리로 만들어버린다. 회사는 총무부를 통해 여당 총회꾼들을 매수하고 여당 총회꾼은 야당 총회꾼을 힘과 돈으 로 무마하는 방법으로 회사의 이익을 지켜온 것이다.
이러한 기업과 총회꾼들의 관계를 필요악이란 명분으로 관망하던 일본 정 부는 지난 9월 총회꾼 대책 각료회의를 열어 ‘조직적 범죄 대책법’ 제 정을 논의했다. 여기서는 총회꾼이 주주로서 부당한 이익을 요구한 것만 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이익요구죄’의 신설까지 검토됐다.
일본 정부가 이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현재 진행되는 일본판 금융 빅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자본주의의 ‘특수성’을 배제하 고 세계 경제의 표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총회꾼들의 불법적인 활동을 배제하고 개개의 주주를 보호해 시장원리에 충실한 경제시스템으로 정비 하는 것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잇따른 도산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일본에서 그간 주 총 특수를 누려왔던 일본 총회꾼들에겐 이번 겨울이 일반인보다 더욱 춥 게 느껴질 것이다.
도쿄=구영구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