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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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신당이 머리띠를 질끈 동여맸다. '기관원 출입금지' 푯말이 붙은 여의도 당사.)
국민신당이 권력기관과의 싸움에 나섰다. 국민신당은 지난 11월25일 여의 도 당사 출입문에 사무총장 명의로 ‘기관원 출입 금지’라는 푯말을 내 걸었다. 6공 시절 야당 당사에 흔히 나붙었던 푯말과 똑같다. 김영삼 대 통령의 ‘정치적 아들’로 찍혀온 이인제 후보가 ‘정치적 아버지’의 수 족이나 다름없는 안기부, 경찰 등 정보원들의 당 출입을 봉쇄했으니 정가 에선 당연히 화제다.
“우리 정보가 적들에게 넘어간다”
이들 기관원들은 “여태까지 잘 지내다가 갑자기 무슨 변덕인지 잘 모르 겠다”며 당황해했다. 일부는 요로를 통해 “직접 출입은 하지 않을 테니 제발 푯말만은 떼달라”고 국민신당쪽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국민신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정보기관들이 이전에는 중립적이었는데 각 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시점부터는 눈 에 띄게 줄서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 정보가 저쪽(한나라당)으로 다 넘어가는데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얼마 전 당 기획실에서 선거 관련 서류가 도난당한 사건도 기관원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국민신당쪽은 보고 있다. 또다른 핵심관계자는 “최근에 이 인제 후보를 도와주던 후원자 명단이 한나라당에 제공되는 등 방해공작이 본격화되는가 하면 이 후보의 후보 사퇴론까지 기관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개했다.
‘기관원 출입 금지’ 조치는 방해꾼을 응징한다는 보복적인 차원뿐만 아 니라 ‘국민신당=야당’이라는 정체성, 즉 선명성을 확립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인사는 “이제 더이 상 보수층에 기대는 선거운동은 국민신당으로서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개혁성이나 선명성을 무기로 밑바닥 다수 국민들에게 바로 다가가야 한 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의 싸움을 감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신당은 11월29일 중앙일보의 ‘이회창 후보 경선대책 보고서’를 폭로한 데 이어 30일 중 앙일보사 앞 시위, 12월1일 특별당보 제작 배포 등 중앙일보에 대한 전쟁 에 돌입했다. 92년 대선 때 정주영 후보의 국민당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인 양상과 유사하다. 국민신당은 중앙일보의 사과와 시정이 없을 경우 법률적 검토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수언론들이 그동안 ‘이회창 띄우기와 이인제 죽이기’에 앞장섬으로써 대선판세가 뒤집어졌다는 판단 아래 중앙일보와의 싸움을 통해 보수언론 들의 노골적인 이회창 편들기에 제동을 걸겠다는 속셈이다.
공무원 감원 등 획기적 공약도
기관원과 중앙일보로 대표되는 권력기관과 보수기득층과의 대치전선 형성 은 정책분야의 방향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월12일까지만 해도 이인 제 후보는 ‘한국자유총연맹’을 방문해 “나는 사상적인 순수성을 의심 받을 일을 한 적이 없다”면서 보수에 대한 구애를 폈다. 그러나 이 후보 쪽은 최근 들어서는 대학시절 학생운동 경력을 앞세우는 등 개혁적인 색 채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도 일부 보완조치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나 국민회의가 주장하는 ‘실명제 유보’에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회의원 정원의 1/3 축소, 공무원 대폭 감원 등 당사자들의 반발이 심한 획기적인 공약을 마련한 것도 국민신당의 최근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사 례들이다. 보수 기득권층에게는 더이상 미련을 갖지 않겠다는 분명한 선 언인 셈이다.
당의 한 핵심인사는 “보수세력을 놓고 이회창 후보와 계속 경쟁을 벌이 다가는 보수세력들로부터 도리어 후보 사퇴 압력만 강하게 받게 된다”며 “지금부터 보수와 선을 분명히 그음으로써 대선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