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
|
노동계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기업의 적극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선진국 예를 보더라도 해고 외에 다양한 고용조정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노총의 김종각 정책실 상임연구위원은 “99년까지 시행이 유보된 정리해고의 경우 시행을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사전 해 고회피 노력,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 제시,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와의 성실한 협의 등 엄격한 조건이 요구된다”면서 “최근 대기업들의 감원방 침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해고를 최소화하는 방안의 하나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직무분할제(Work Sh aring)의 도입이다. 예를 들어 1백명이 1백시간을 일해 1만개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경우 생산량을 10% 줄이는 방법으로 직원 10명을 해고하는 대신 근무시간을 90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축소는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불황으로 3만명의 인원감축이 불 가피했던 독일의 폭스바겐사가 지난 94년 초 노사합의로 2년간 주4일 근 무제(28.8시간)를 도입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노동부도 직무분할제 를 시행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해고회피로 인한 부담의 일부를 고용보험 기금에서 지원해주기로 하고 법령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업을 하거나, 기존인력을 다른 부문으로 재배 치하는 기업에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하는 휴업수당지원금과 인력재배치 지원금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노동부 고용정책과 관계자는 “현행 인력 재배치지원금은 기업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때만 지급되지만 앞으로는 자회사나 계열사로 재배치할 때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 다. 실직자들에 대한 직업훈련을 활성화하고 고용정보체계를 잘 구축해 새 직장을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 95년 7월부터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해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 력개발사업, 실업급여 등에 쓰고 있지만 아직 지원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올 6월 말까지 지급된 고용보험금은 총 9백6억원으로 지금까지 적립된 고 용보험기금 1조8천억원의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강우 란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지만 여전히 영세 사업장 근로자 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증가세를 보이는 시간제 근로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고회피 방법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직무분할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해고에 비해 비용절감 효과가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직무분할제 도입을 주장한 경총도 기 업들로부터 핀잔만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력재배치도 자진퇴사를 유도 하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윤우현 정책 부국장은 “실업자가 대폭 늘어날 경우 현행 고용보험기금으로 부족할 수 있는 만큼 부실채권정리기금처럼 정부재정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강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