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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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푸른꿈 고등학교가 들어설 폐교 전경. 교육과정의 절반을 유기농업·노동체험 등으로 채울 예정이다.)
지난 11월20일 무주군 교육청에서는 작은 역사가 이뤄졌다. 김창수 ‘푸 른꿈을 가꾸는 학교 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과 무주군 교육청 간에 폐교 된 진도초등학교를 매매하는 계약이 맺어진 것이다. 지난 66년 문을 열어 93년까지 8백85명의 졸업생을 내보낸 뒤 폐교된 자그마한 학교가 ‘푸른 꿈 고등학교’로 거듭나는 첫발을 디딘 셈이다.
전·현직 교사 7명으로 구성된 푸른꿈학교 준비위원회는 이곳에 정규인문 계 고등학교를 세울 계획으로 폐교를 사들였다. 계약금은 교사들이 전세 금을 털었다. 지난해 10월 준비모임을 만든 뒤 1년이 넘도록 적당한 터를 찾지 못했던 이들은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 생태마을 가까운 곳에 ‘푸른 꿈’을 심기로 결정한 것이다. 광대정 생태마을에서는 걸어서 40분 정도 거리다.
인문계 정규고등학교이면서 ‘생명존중과 공동체, 자율성과 창조성’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지는 ‘푸른꿈 학교’는 각 학년을 한 학급만으로 만들 예정이다. 한 학급의 인원도 25명으로 제한하고 교육내용 또한 교과 과정 50%와 환경, 유기농업, 임업, 노동체험 교육 등이 적절히 어우러지 도록 할 계획이다. “농업을 천시하고 생명을 천시하는 산업화시대의 교 육을 생태학적 교육학 중심의 대안교육으로, 소규모이면서 탄력적인 형태 의 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푸른꿈 준비위 정윤희 간사의 말이다.
농촌에 아이들이 없는 점을 감안해 푸른꿈학교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 활을 해야 한다. 교사들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이곳 주변으로 옮긴다. 이들은 ‘폐교’가 ‘푸른꿈 고등학교’로 새로 태어나는 데 드 는 비용을 20억 정도로 잡고 있다. 7명 교사의 힘으로는 가당치도 않게 버거운 액수다.
교육부에서 “정규학교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수학교를 만 들어 내년에 개교하면 20억원을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내용도 없이 서두르다 ‘날림공사’가 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또 지 원금을 받으면 교육내용도 당연히 간섭받게 되거든요. 정규고등학교로 학 력이 인정되면서도 열린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 겁니다. 넓은 자 연환경과 지역의 풋풋한 정, 선생님들을 재산으로 가지고 있으니까요.” ‘푸른꿈학교’는 99년 문을 열 예정이다. 그들의 이런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더해져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면 말이다. 연락처 (02-766-5694).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