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독자엽서

한겨레21 177호를 읽고

표지이야기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라”에서 우리시대의 영웅을 만 난 느낌이다. 자신의 입신영달을 위한 ‘잡용’들이 득시글거리는 정치현 실이 참으로 가소롭게 여겨진다. 게바라의 진가는 쿠바의 2인자 자리를 박차고 볼리비아 전장으로 나간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편안한 삶을 누 릴 수 있는 조건을 박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게바라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80년대에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던 그 많은 사 람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물론 사회의 곳곳에서 밀알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희망을 가꾸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 지 않은 사람들이 전망을 잃고 살아가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게바라를 기억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 해 게바라의 이야기를 들려줬더라면 더 큰 감동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김현수/ 서울시 관악구 신림8동 567-20

정당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

특집 ‘신한국의 운명, 이회창의 운명’은 비자금 진위공방의 전주곡이었 나. 후보교체를 비롯한 대란설이 나도는 가운데 터진 비자금 논란은 이회 창 후보가 그토록 질타하던 ‘더러운 정쟁’이 아니고 무엇인지 묻고 싶 다. 텔레비전 토론회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이번 대선은 가까스로 정책대 결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 에 몰렸다 할지라도 음모적인 정보로 정치권 전체를 소용돌이에 몰아넣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진 이회창 후 보가 새로운 정치의 싹을 잘라버린 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선거는 본격 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회창 후보는 더러운 정쟁을 그만두고 정당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아 직도 많은 국민은 이 후보에게 신선한 정치의 향기를 맡고 싶어 한다.

권일지/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범물에덴타운 201-208

무분별한 개발이 재앙 부른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이 빚은 인도네시아의 재앙은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인류의 지난 역사는 문명의 발전 내지 문화창달이라는 허울좋은 교조주의적 발상 아래 자연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자신들을 마치 신의 피조물 중 진화의 최절정에 이른 존재인 양 착각하면서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려 들었다. 하지만 자연이란 어느 누구의 사유물이 아니 라,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함께 가야할 동반자이다. 이제부터라도 좀더 획기적이고 실천적인 국제적 차원의 환경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러기 위해서는 더이상의 자연훼손을 막고자 하는 단위국가들의 의지와 노 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에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단지 현재의 인도네시아의 재앙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곳곳에서 발생 하는 자연파괴 현상은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특히 현 정권의 시장경 제논리에 입각한 토지정책과 그에 따른 무분별한 국토개발은 인도네시아 의 재난에 못지 않은 환경파괴를 불러오고야 말았다. 돈과 권력 앞에 이 미 느슨해진 고무줄 같은 형식적인 그린벨트 정책이 아니라 매우 엄격한 환경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경빈/ 서울시 중랑구 묵2동 238-49

공해방지, 국제적 연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의 산불이 몰고온 금세기 최대의 재앙은 그 피해가 실로 엄청 나다. 섬뜩한 것은 사태 여하에 따라서는 앞으로 수백만명의 생명이 위험 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전문가의 견해다. 식물들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 속에 이산화황, 황화수소, 이산화질소 등이 다량 혼합되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런 유독성 화합물질을 장기간 들이마실 경우 치명상을 입 을 수밖에 없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산림이 정상적인 상태로 복구되기 까지 적게는 30년, 길게는 5백년 이상 장기간의 세월이 걸린다는 경고다. 생태계가 완전히 불타고 나면 그 자리에는 본래의 무성한 산림이 우거지 기가 사실상 어렵다. 다시 말해서 재생사이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환경재해는 전 지구적인 규모로 확산되어 인류를 위협할 단계에 와 있다. 이번 경우처럼 복합적인 상승효과를 일으켜 피해액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양상을 띨 전망이다. 재난을 당한 동남아에 긴급 지원금을 보내 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인접국들 특히 중국과는 상호 공해방지를 위한 외교적인 교섭과 함께 기술교류 등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있 다.

김봉주/ 부사시 연제구 연산2동 757-41 37/3

시대의 흐름 반영한 국적법 개정

진단 ‘아버지 피만 피가 아니다’틀 읽으며 변화된 시대상을 느꼈다. 우 리나라는 여태껏 철저히 부계(父系)혈통주의였는데 이제는 부모양계혈통 주의로 바뀌고 있다. 그간 수천년간 지속되어 온 가부장적 전통과 우리의 큰 무기요 자랑거리며 단합의 주춧돌이었던 단일민족이 변질될 수밖에 없 는 것이다. 또 국적법이 개정되면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 자수가 급증하면서 장기적으로 체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리고 이중국 적의 관리도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세계는 급변해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 와 제도, 관행만을 고집할 수 없도록 죄여오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해외 에 나가 현지인과 결혼해 그 나라 국적을 취득해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 다. 따라서 외국 남자와 결혼한 여성들의 아이들이 단지 외국피가 섞였다 해서 각종 불이익과 푸대접을 받는다면 남녀평등의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우리의 인적자원을 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제도를 숭상 하되 비현실적이고 비실리적인 부분은 개정해야 한다.

장삼동/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강변타워 104-408

환경미화원의 철학을 듣고 싶다

유강문 기자의 인물탐험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미화원 백양 기 할아버지의 기사를 잘 보았다. 사회적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을 평 생 등에 지고 살아온 세월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듯했다. 그러나 살 짝 핀 미소엔 지난 세월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여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했 다. 42년간의 대소사를 한쪽의 공간에 모두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 만 적은 지면에서라도 정년퇴직이 서운하기만 한 이유를 좀더 뚜렷하게 드러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려운 직업을 버리지 않고 정년퇴직까지 하 신 나름대로의 철학도 있을 것이고, 어려움이 있으면 보람된 일도 있을 법한데 기사는 ‘청소부는 어려우니 할 생각 말아라’는 식이었다. 너무 삐딱한 시각이 아닐까 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방식도 주부들에게 들려주고, 환경미화원의 복지 등에 대한 의견도 있을 텐데 고난의 삶만 훑어본 것 같아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또다시 확인 한 셈이다. 세상의 고됨보다는 세상의 밝음을 강조해주는 <한겨레21>이 되길 바란다.

정은미/ 서울시 도봉구 방학1동 725-28 명우빌라 B02호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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