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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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齒)는 오복 중 하나”. 옛어른의 말에도 들어 있는 이 평범한 진리 는 너무나 오랫동안 외면돼 왔다. 먹고 살기에 바쁜 탓에 당장 죽을 병이 아닌 ‘이빨’에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먹거리가 달라지면서 우리의 치아는 바깥의 침공에 시달리는 데도 예방과 치료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이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 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신동근(36) 사업국장이 그중 한 사람이다.
건치는 오는 정기국회에 ‘구강보건법’ 법률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40여 개 조항에 이르는 이 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수돗물 불소화 △학령 기 아동 치아보건사업 △지역의료보험 가입자의 정기 구강검진 △노인· 장애인 치아 특수클리닉 건립 △노인 틀니 의료보험화 등이다.
신 국장을 비롯해 건치 소속 치과의사, 교수 등 10여명은 이를 위해 지난 6월부터 매주 모여 법률안을 만들고, 사업내용을 자료화하고, 다른 나라 법안을 연구하는 등 작업을 펼쳤으며 지난 9월 공청회까지 끝마쳤다. 특 히 우리 법률에 ‘구강보건법’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 모든 작업을 처음 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신 국장은 “70년대에 비해 현재 치과수는 5배로 늘었지만, 충치발생률도 그만큼 늘었다. 감기 다음으로 많은 질환이 충치다. 그런데 치과 관련 치 료는 단순치료만 보험이 해당될 뿐 치아상실, 틀니 등에는 보험이 적용되 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반 시민들이 치과 치료시기를 놓치고, 무허가 치과의사들에게 진료를 맡겨 나중에 큰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
예산 탓으로 매번 뒷전으로 밀리는 구강보건에 대한 관련 당국의 인식변 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바람에 정기국회 일정 자체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민생법안이 어떻게 휩쓸려 버릴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그는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법률”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주에서 공고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기계보단 사람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 경희대 치대(81학번)에 입학한 그는 대학시절엔 경희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제적과 복학을 거듭하는 가시밭길을 지나왔다. 90년 졸업과 함께 건치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시민들의 치아건강을 위한 파수 꾼 구실에 젊은 시절 못지 않은 정열을 쏟고 있다.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