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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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외국음악을 합법적으로 사용한 <접속>의 영화음악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정엽/ 대중음악 평론가
영화의 감동과 추억을 언제나 꺼내볼 수 있는 현재로 묶어두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 용막을 가장 적절히 자극하는 것이 영화음악이 아닌가 싶다.
소리는 영상을 인도한다(그 역은 아니다). 추억의 영화에는 대개 인상적인 추억의 영화음악이딸려 있고, 우리는 그 음악을 들으며 눈을 살며시 감고 눈꺼풀을 스크린 삼아 추억의 장면을 투사한다.
생명력 있는 영화음악 가능한가
좀 분위기 깨는 얘기로 넘어가보자. 그러는 동안 좀더 투철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이들은 성공한 영화의 사운드트랙 음반을 팔면서 뒷맛을
보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80년대 이후 등장한 영화, 음악, 방송
등 초국적 미디어 복합기업들은 영화와 음악의 상승작용(시너지 효과)에
눈을 돌렸다. 영화 개봉 전 영화음악이 발매돼 사전홍보 효과를 노린다.
유명 뮤지션의 곡들을 수록하여 사운드트랙 자체가 히트곡 모음집이 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만 해도
물론 이는 한국의 얘기는 아니다. <별들의 고향>이나 <어제 내린 비>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영화음악은 그다지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었다. 다만 <여명의 눈동자> 등 드라마 음악이 종종 인기를 얻은 적
은 있다. 우리 영화음악들은 치밀한 기획에 의존하기보다는 영화 개봉에
맞춰 가까스로 만들어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영화음악들은 드라마음
악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만들어진 연주곡이 대부
분이었다. 그야말로 영화의 배경음악일 뿐 스스로의 생명력은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영화 붐에 발맞춰 새로운 움직임이 눈에 띈다
. 그렇다면 최근에 발표된 두장의 사운드트랙은 어떤가. 몇곡의 새로 만
든 국내 가요를 내세운 <꽃을 든 남자>와 오래된 외국음악을 내세운 <접
속>의 사운드트랙을 살펴보자.
<꽃을 든 남자>의 경우 사운드트랙을 미리 발표하고 한 화장품 회사와 계
약을 맺어 신제품에 영화로고를 사용키로 하는 등 사전 홍보에 꽤 신경을
썼다. 방송국에서 만드는 첫 영화인 <꽃을 든 남자>의 사운드트랙은 지금
까지의 영화음악이 그랬듯 대부분 실내악 소품 중심의 연주곡이다. 그러
나 영상 이미지를 갖지 못한 필자에게 먼저 귀에 들어오는 곡은 네곡의
가요다.
‘U&Me Blue’라는 인상적인 모던 록밴드에 몸담았던 방준석의 <꽃을 든
남자>는 촉촉한 목소리가 귀를 잡아끄는 발라드다. 비디오형 신세대 록밴
드 자우림의
영화 <접속>은 장안의 화제이며 그 영화음악 또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
지만, 그보다 필자의 흥미를 끈 것은 이 앨범이 만들어진 과정이다. 이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반은 엄밀히 말해 오리지널이 아니다. <접
속>은 영화 <비트>에서 외국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한 전근대적 전과를 반
복하지 않기 위해서 저작권을 확보하는 합리성을 확보했다. 많은 이들에
게 추억의 팝송으로 기억되는 곡들이 신세대의 귀를 잡아끄는 데 성공했
다. 주요 장면에서 들려오는 전설적인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
erground)의 멤버인 루 리드의
많은 평론가들은 외국의 대중음악이 편중되어 수용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두 앨범은 그런 편향을 보여주는 듯하여 씁쓸하다. 적어도 평론가가
보기에 루 리드와 톰 웨이츠는 비타협적 음악세계를 고수해온 뮤지션이지
만 이들의 곡들도 영화의 무드를 조장하는 이지리스닝(Easy Listening)
팝으로 들린다. 여가용 이지리스닝 팝은 멜랑콜리에 빠져들게 하지만 그
것과 싸워 이기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영화 비즈니스의
치밀한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두 사운드트랙에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
멜랑콜리에 빠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