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
|
아기가 태어나면 우유나 젖먹이는 시간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조금 전에 먹은 아기가 또 달라고 울어대고 먹을 양을 다 먹고나서도 더 달라 고 칭얼댄다. 우는 아기를 사이에 두고 “3시간은 지나야 먹이겠다”는 신세대 엄마와 “무슨 소리냐. 울면 먹여야 한다”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 는 갈등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아기가 먹겠다고 울면 주어야 하는가, 아 니면 시간을 맞춰 먹여야 하는가.
아기들도 먹어야 한다. 아기들은 배고파도 말을 못하니 울기만 한다. 모 든 의사 표시가 울음 한가지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초보 엄마도 조금만 지나면 아기가 배고파서 우는 울음은 금방 구분할 수 있다. 그런 데 많은 육아 책에 아기들의 먹는 시간과 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 생아의 경우 3시간에 80cc 정도씩 하루에 7∼8회를 먹이게 된다. 1개월쯤 되면 한번에 1백20cc 정도의 양을 먹게 된다. 그럼 일정량을 일정한 시간 에 먹이기만 하면 되는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아기가 태어나 면 하루도 안 돼 육아책에 적혀 있는대로 먹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들은 먹을 것을 달라고 투정하는 아기의 먹이는 시간과 양에 대해서 상반된 두 가지의 의견을 들었을 것이다. 하나는 먹는 시간과 양을 지키 라는 말이며, 다른 하나는 달라는 시간에 달라는 양을 다 주라는 말이다. 굉장히 다른 이야기 같지만, 실상은 비슷한 이야기다. 배고프다고 앙앙 우는데 굶기기는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젖을 물고 있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 먹는 아기에게 억지로 먹일 수도 없고 자는 아기를 구태 여 깨워 먹일 필요도 없다. 밤에 시도 때도없이 먹여서도 안 될 것이다. 처음에는 아기가 먹고 싶어하면 먹이고 달라는 양만큼 주다가 서서히 시 간을 맞추고 양을 정해 가는 것이 좋다. 먹고 싶은 만큼 먹이라는 이야기 는 내버려두라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2∼3개월이 될 때까지 엄마가 약간 씩만 간격을 조절해 주려고 노력을 해도 아기들은 어느 정도 먹는 시간 간격이 길어지고 한번에 먹는 양이 늘어난다. 최종 목표는 어른처럼 하루 3번 식사하는 것이다. 너무 소량을 자주 먹이는 것은 아기에게 좋지 못하 다. 육아책에서 제시하는 먹이는 시간과 양은 평균을 말하는 것이지 모든 아기에게 그렇게 먹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기들은 붕어빵 기계로 똑 같이 찍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원칙이건 너무 무리하게 일률적으 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막상 초보 엄마가 아기를 키우다 보면 융통성을 잊는 경우가 있다 .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우는데도 먹일 시간이 안 됐다고 끝까지 버티고, 아기가 더 먹으려고 입을 쭉쭉 빨아도 정해진 양을 먹었다고 더 안 먹이 기도 한다. 농담같이 들리겠지만 동네 소아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제 상황이다. 일전에 북한의 굶주리는 아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신문에 나왔 다. 조용한 탁아소를 보고 아기들이 왜 울지 않느냐고 물으니 울어도 먹 을 것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기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고 했다. 이처럼 아기들은 배고파서 울 때 아무리 울어도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우는 것을 포기할 수 있고 먹는 것에 대한 흥미를 잃을 위험도 있 기 때문에 지나치게 엄격하게 아기를 키우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아기들은 혼자서 크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키우는 것이다. 부모가 육아에 대해서 잘 알고 키우면 더 잘 키울 수 있다. 먹이기의 기본 원칙은 아기 들이 커가면서 어른이 먹는 음식을 먹고 어른이 먹는 시간에 먹을 수 있 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돌이 지나면 어른이 먹는 음식을 주식으로 할 수 있고 어른과 같이 하루에 3번씩 식사를 할 수 있다. 아기의 먹이기 도 이런 방향으로 한 걸음씩 한걸음씩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