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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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의 농산물 개방 압력에 항의하는 일본 농민들. 일본은 농산물과 자동차에서 대폭 양보했지만 필름에서만은 끝까지 버틸 태세다.)
현재 일본에서는 오는 11월에 나올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처리소위원회 의 일-미 필름분쟁 관련 보고서에 관심이 쏠려 있다. 무역기구의 제1심 판결에 해당되는 보고서가, 두 나라가 지난 2년 동안 끌어온 필름분쟁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름분쟁이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분쟁이 미국이 일본에 대해 계속 문제삼고 있는 ‘일본 내 시 장관행’과 깊은 관련이 있는 탓이 크다.
일-미 필름분쟁은 지난 95년 미 이스트만 코닥사가 미 무역대표부(USTR) 에 후지사진필름에 통상법 301조를 적용하도록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애 초 코닥사가 미 무역대표부에 제소한 내용은 모두 세 가지다. 그리고 이 부분은 모두 일본 내 시장관행과 연관돼 있다. 코닥사는 첫째, 일본의 법 률·규제 등이 수입필름의 유통·판매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또 둘째, 일본의 대규모 소매점포법이 유통서비스에 영향을 주고 있으 며, 셋째 일본의 사진필름, 인화지 시장에 대한 제조업자·도매상·소매 상들의 상관행이 무역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에 넘길 때는 첫번째 항목만을 대 상으로 했다. 세번째의 경우 일본이 미국시장에 대해서도 협의하자고 강 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관행이 문제가 되면 이것은 우리만 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일본의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즉 한 나라의 문화나 상관행의 차이에 따른 국내적 문제를 문제삼는 것은 ‘자국 중심 주의’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일본의 ‘항의’에 직 면하자 미국은 이 문제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 소위원회 설치요구를 철회 했다.
일본 통상성 등 무역문제 관련자들은 미 정부가 필름 마찰의 일부 문제를 WTO에 제소했을 때 오히려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슈퍼301조라는 미국 국 내법이 아니라 국제기구에서 공정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다. 특히 일-미 자동차 마찰 등에서 미국 정부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배 려 때문에 일방적으로 양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부분만은 다르다고 호 언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 는 이번 사례가 미국에 ‘자국 중심’으로 다른 나라의 시장을 바라보지 말라는 점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다소나마 의미를 찾고 있다.
도쿄=구영구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