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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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토의 군사훈련. 프랑스는 서유럽동맹(WEU)을 통해 독자적 유럽방위기구를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시나리오·제작·감독·캐스팅 모두 빌 클린 턴이 맡고 있는 미국산 영화다. 아마도 이 영화의 제목을 붙인다면 ‘우 리 미국인은 세계에서 제일 강하며 우리가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쯤 될 것이다.”
지난 7월19일 프랑스 일간지 <류마니테>는 ‘나토,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라는 사설로 나토가 미국의 수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이렇게 비꼬았다. 지난 7월8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나토 확대 문제가 미국의 주장대로 체코공화국·폴란드·헝가리 3개국을 새 회원국 으로 받아들이는 선에서 매듭지어졌기 때문이다. 애초 프랑스·이탈리아 는 이들과 함께 슬로베니아와 루마니아도 편입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토의 실질적 주인’인 미국의 위세에 눌리고 만 것이다. 프랑스는 오 는 99년에 다시 이 안을 정식으로 검토한다는 부분적 양보를 얻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미국은 유럽군과 대서양군으로 이원화돼 있는 나토의 지휘권을 완전 장악 하고 있다. 벨기에 몽스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유럽연합사(ACE)와 미국 노포크에 본부를 둔 대서양연합사(ACA)의 최고사령관은 모두 미군 소속의 4성장군이다. 유럽의 안보결정권을 미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 다. 프랑스가 지난 66년 드골 대통령의 결정으로 나토 통합군사령부를 탈 퇴한 것도 바로 이런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반발이다. 프랑스는 지난 96 년에야 나토 통합군사령부에 합류할 의사를 밝혔다. 단 전제조건은 유럽 남부군사령부의 지휘권만이라도 유럽군이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서유럽의 유일한 군사기구인 서유럽동맹(WEU)을 통해 독자적인 유럽방위기구를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하지만 이 또한 미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프랑스가 여전히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지만 프랑 스가 그나마 미국으로부터 부분적 양보를 얻어내는 것은 완강한 ‘버티기 작전’ 탓이다. 지난번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 농산물 및 문화부문의 개 방 예외조항 문제 때도 끝까지 버틴 프랑스는 결국 미국쪽의 양보를 얻어 냈다. 미국의 힘과 패권주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님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
최근 유럽연합(EU) 통합일정이 진전됨에 따라 이탈리아·스페인 등 전통 적 프랑스 후원세력뿐 아니라 ‘친미’ 성향을 보였던 독일까지도 프랑스 노선에 가깝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는 프랑스의 버티기 가 드디어 미국의 유럽내 패권장악 기도의 예봉을 무디게 하고 있음을 뜻 한다.
파리=최연구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