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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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문제아다. 그러나 힘이 세다. 따라서 쿠바나 이라크처럼 다뤄서 는 안 된다.”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미국이 말하는 정의의 기준’이란 상대방에 따라 ‘엿가락’처럼 변하는 것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미국은 지난 89년 톈안먼(天安門)사건 이후 중국과 다소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 다. 이런 불편함은 중국의 열악한 인권상황이 상당히 영향을 줬던 게 사 실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쿠바나 이라크와는 명백히 다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개입’ 의지를 내보이면서도, 해마다 ‘최 혜국대우’를 연장해주는 등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오는 10월29일 워싱턴에서 중-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서 좀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9일 마이클 매커리 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이 장쩌민(江澤民) 주석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회담 일자를 밝혔다. 또 10월 말 회담에 이어 곧 클린턴이 답방 형식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정상회담을 연례화하는 데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이와 함께 ‘중국이 더이상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속내 또한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난 9월23일 체결된 미-일 새 방 위협력지침에 잘 나타난다. 새 지침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의 평화와 안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변지역’의 분쟁 때” 미군에 대한 일 본의 지원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그 범위가 워낙 넓어 전쟁 등의 사태 땐 일본이 직접 당사자로 뛰어들 소지까지 열어놓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 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미-일 당국은 부인하지만, 이 지침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이에 따라 지침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매우 즉각적이고 직접적 이었다. 새 지침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24일, 중국 외교부의 선궈팡(沈 國放) 대변인은 “만약 일본의 안보 범위가 제3국에 미친다면 이는 아시 아의 평화를 깨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결 국 일본의 막강한 경제력과 현대화된 군사력을 십분 활용해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미국의 시도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미-일 새 지침과 관련해 중국의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중국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의 평화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취지를 표방하는 미-일 새 방위협력지침이 결국 아시아의 평화를 해칠 우려가 높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는 미국의 ‘엿가락 정의’가 큰 몫을 차지한다. 미국 이 같은 사안일지라도 힘있는 중국과 힘없는 쿠바에 대한 태도를 달리하 는 한, 주변국은 “강력한 군사력만이 미국으로부터 정의롭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김성환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