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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엔 정보화산업을 장악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더이 상 새로운 명제가 아니다.
최근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통신분야 개방이나 지적재산권 강화를 요구하 는 목소리를 부쩍 높여왔다. 과거 미국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것이 ‘포 드시스템’으로 표현되는 대량생산체제였다면, 21세기 미국을 강하게 만 들 수 있는 분야는 정보통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92년 ‘정보고속도로 구축 구상’을 밝혔다. 정보고속 도로 구상은 한마디로 미국 전역에 광파이버망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 를 통해 대량의 멀티미디어 정보를 고속으로 흘러가게 함으로써 미국경제 의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최근 몇년간 미국경제의 호조는 정보화 산업의 구조조 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경제가 장기 침 체기를 벗어난 91년 이후 정보통신산업은 성장률이 94년 11%, 95년 13%, 96년 15%로 해마다 뚜렷이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다른 산업의 성장률 이 2∼3%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잘 나가는 미국경제는 정보통신 산업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96년 미국 경제성장에서 정보통 신의 기여도가 33%로 건설(15%), 자동차(2%) 산업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상은 지난 9월말 경제전문지 <포브스 >의 자매지 <포브스 에이섭>이 발표한 ‘정보통신분야 세계 1백대 부자’ 명단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명단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3백86억6천만달러), 공동창업자 폴 앨런(1백47억7천만달러), 스티브 볼머 부사장(82억1천만달러)이 세계 1·2·3위를 차지했다. 마이 크로소프트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회사 관계자를 세계 1백위 안에 올려놓음으로써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과시했다.
미국은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개방 요구를 강화 하고 있다. 한국쪽에 대해서도 ‘인터넷 자유무역지대’ 특사단 등을 보 내 “세금이나 비관세장벽이 없는 인터넷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데 한국 이 협조해줄 것”을 계속 요청해왔다. 이들은 또 “인터넷 자유무역지대 구축을 위해 1999년까지 국가-민간을 망라한 다자간협정”을 추진하고 제 안했다. 이들의 발걸음은 전세계로 향한다. 이들은 한국 방문을 전후해 유럽과 아시아를 돌며 2000년 인터넷 무역의 본격 출범을 위한 국제적인 협조체제 구축을 호소했다.
미국은 이밖에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의 최대 핵심쟁점인 정보기술협 정(ITA)과 관련해서도 정보기술상품에 대한 무관세 시행시기를 2000년까 지로 정하자고 요구해 개도국으로부터 반발을 사고있다.
미국은 그러나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국내법을 동원하는 다른 분야와는 달 리 원론적인 자유무역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때 미국이 드는 명분은 ‘자 유무역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일반론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 국 산업의 압도적인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김보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