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추적

바람타고 공해물질 솔솔

(사진/매년 봄 한반도를 찾는 반갑지 않은 손님 황사. 중국의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모래뿐만 아니라 중국의 공장에서 내뿜는 아황산가스 등 각종 대기오염물질도 넘어오고 있다.)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것은 멸구 등 해충만이 아니다. 78년 이후 연평균 13%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공장들이 뿜 어내는 엄청난 양의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등 각종 대기오염물질도 편서 풍을 타고 국경을 넘어 전국토를 공습하고 있다.

그 피해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 하지 만 각종 지표와 연구결과를 통해 그 심각성이 간접 확인되고 있다.


청정지역 강원도 인제도 산성비 피해

지난 10월2일 기상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는 그 심각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9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강화 양평 홍천 소백산 울 릉도 등 전국 8개 지역의 월별 강수를 분석한 이 자료에 따르면 이들 지 역에서 내리는 비의 연중 수소이온농도(PH)가 4∼5(PH5.6 이하는 산성비) 로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뿐 아니 라 오염원이 전혀 없는 강원도 인제의 경우 올들어 5개월째, 울릉도에서 는 4개월째 산성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충격을 주고 있다. 기 상청 관계자는 “청정지대인 이들 도서 산간지역에서까지 이렇게 산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중국에서 이동해온 아황산가스 등 오염물질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더이상 중국의 오염물질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는 셈이다.

지난 9월23일 LG경제연구원 환경연구실은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연간 피해액이 최고 1조2천2백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한중대기과학연구센터는 연간 5백50만t∼9백50만t의 황사가 중국으로 부터 유입된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 황사에는 기준치를 초과한 크롬, 납 등 중금속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오염물질의 월경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 다. 최근 6천7백여개의 공장이 가동중인 대규모 화학단지로 등장한 산둥( 山東)성 칭다오(靑島)를 비롯해 장쑤(江蘇)성, 랴오닝(遼寧)성 등 대부분 의 공업지역이 우리나라 대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북지역에 밀집 돼 있고 이 곳에서 중국 전체 대기오염물질의 65%가 배출되고 있다는 분 석에 근거한 것이다.

동북아지역의 대기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오성 규 간사는 특히 아황산가스의 심각성을 제기한다. 그는 “에너지의 75%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아시아지역 전체 아황산 배출량의 80%를 뿜 어낸다”며 “편서풍을 타고 넘어온 이들 공해 물질이 우리의 토양과 산 림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 산성비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시립대학교 이 경재 교수(환경생태학 회장)팀이 지난 95년 2월 서울 인천 양평 홍천 용 평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 전나무 독일가문비나무 등 침엽 수 잎을 분석한 결과 왁스층이 이미 심각하게 파괴된 사실을 밝혀졌다. 이 교수는 또 “최근 서울 남산과 가평 청계산, 평창 발왕산 지역에서 자 라는 높이 20m 크기의 신갈나무 윗부분의 어린 가지들이 말라죽은 산림쇠 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징후들은 80년대 유럽지 역의 너도밤나무 숲에서 발생한 모습과 동일해 중국의 오염물질에 의해 발생한 산성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배출 아황산가스 상당량 한반도 유입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난 96년 3월 인천∼광주 사이의 서해 공해상 해발 3 백∼7백m 지점에서 실시한 대기오염물질 농도 조사 결과도 아황산가스의 영향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 조사에서 아황산가스 농도가 2∼10ppb(10억 분의 1농도)에 이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측정지점 이 주변에 오염원이 전혀 없는 공해상이고 당시 편서풍이 불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아황산가스가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한국 등에 피해를 일으키 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롬 등 중금속이 함유된 황사가 연 간 5백만t 이상 유입되고 있지만 중국은 자연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국도 몽골지역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피해자라고 반박한다.

환경부는 중국의 아황산가스 발생량은 연간 1천8백25만t(9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20배, 질소산화물도 연간 7백60만t으로 9.3배에 이르며 이들 가운데 상당량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그리고 지난 4월 한국환경기술개발원 민병승 책임연구원은 “한햇동안 우리나라에 내려앉는 아황산가스 총량이 19만8천t에 이르며 이 가운데 16 .2%인 3만2천t이 중국대륙에서 날아든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 나 중국은 이런 연구결과가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 모델을 이용한 가정 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어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국경을 넘는 중국 공해물질은 산림 황폐화 등 우리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안겨주고 있지만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 서로의 주장만 맞물려 방치돼 있는 상태다.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우리 정부 의 적극적인 대응과 두 나라의 공동조사를 통해서만 밝혀질 수 있는 복잡 한 국가간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해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경제적 이해 맞물려 적극대처 못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고 중국 대륙이라는 세계최대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경제적 이해 관계에 얽혀 정부가 이 문제에 발벗고 나서기 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정책기획팀 김타균 부팀장은 “정부 가 적극 나서야 할 중요한 문제지만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침묵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앞으로 닥칠 오염물질로 인한 대 가는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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