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추적

하늘에 벽을 쌓을 수도 없고…

(사진/썩지 않는 서울 남산의 낙엽. 중국산 오염물질에 의한 산성비는 도시 인근뿐 아니라 오염원이 전혀없는 강원도나 울릉도에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물의 피해를 둘러싼 국가간의 책임공방은 국제분쟁 으로까지 치달으며 계속돼 왔다. 논쟁의 원조는 지난 71년 등장한 스웨덴 호수의 산성화 문제였다. 당시 스웨덴의 과학자들은 자국내 4천5백개의 호수에서 물고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그 원인을 영국의 중앙발전소에 서 날아온 아황산가스로 인한 산성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당시 이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북유럽 국가의 압력에 굴복 해 76년 노르웨이와 스칸디나비아에 대한 피해를 시인했고 77년 경제협력 개발기구의 과학적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결과 영국, 덴마크가 오염물질 배출국으로 스웨덴 노르웨이 등 4개국이 피해국으로 확인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모색됐다. 그리고 79년 제네바에서 서유럽, 동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 일본 등 34개국이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에 서명하는 결실을 거둔다. 그 뒤 85년 아황산가스 배출 감소 의 정서를 채택해 가스의 배출량을 93년까지 1/3로 줄이기로 합의하는 하는 등 협상은 진전됐다. 그러나 이 협약은 아황산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미국 영국 등의 반대에 부닥쳐 이를 어길 경우에 대비한 규제조항을 넣지 못함 으로써 결국 오염물질의 실질적 감축에 실패했다.

83년 시작된 미국과 캐나다의 산성비 분쟁도 치열했다. 아황산가스 등 오 염물질 배출시설이 동북부에 몰려있는 양국은 당시 국경을 넘는 오염물질 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며 서로 책임공방을 벌였다. 특히 산림의존율이 높은 캐나다는 산림황폐화를 이유로 미국 내 아황산가스 배출량을 50%로 줄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한때 외교 분쟁으로 비화됐다. 결국 양국 은 공동 연구그룹을 만들어 캐나다에서 내리는 산성비의 50%가 미국의 원 인이고 미국 산성비의 15%가 캐나다 책임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 를 바탕으로 캐나다는 미국정부에 아황산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실 질적 조치를 요구했고 미국은 91년 에너지소비를 줄이기 위한 행동강령을 담은 대기질(大氣質) 법령을 제정했다.

이 밖에 80년대 산성비 분쟁을 계속해온 소련과 핀란드는 87년 핀란드 전 역과 이에 인접한 소련 영토에서 아황산가스양을 50%까지 감축하는 협정 을 맺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 뒤 이 협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

우리나라도 중국과 93년 10월 대기오염 방지와 유해물질 이동규제 등에 관한 협력을 규정한 ‘환경협력협정’을 맺었다. 그리고 95년 3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개국이 공동으로 황사공해 공동연구에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아직 초보적인 협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공업화를 통한 고속성장에 몰두하고 있어 당분간 공해 방지의 실 질적 결실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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