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홍사덕, 공명선거 거울을 닦는다

(사진/활동 1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게 된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의 활동 모습.)

‘정부 내에서 공명선거의 전도사가 되겠다.’

홍사덕 정무1장관이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오는 1 2월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지 않고는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홍 장관은 이를 위해 장관직을 걸었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

공명선거 정착을 위한 그의 노력이 첫 결실을 맺고 있다. 정부가 마침내 시민단체인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에 5억원의 예산을 지원 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정부 내 일부부처와 신한국당 사이에서 예산지원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그 논란이 공보처를 통 해 공선협에 5억원을 지원하는 형태로 매듭지어진 것이다.


공명선거 실천에 장관직 걸었다

홍 장관과 청와대·정부·신한국당 사이의 정부내 논란은 제법 심각했다. 홍 장관이 공선협에 대한 지원을 강력히 요구한 데 대해 청와대와 재정경 제원, 신한국당 등에서 강력히 반발했던 것이다. 홍 장관이 대선 공정감 시를 위해 공선협에 올해 1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청와대와 신한국당 등에서는 공선협에만 특별히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면 제동을 걸었고, 재정경제원도 긴축예산 운용방침에 따라 난색을 표명 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신한국당의 반대는 사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되지 않을까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사실 역대선거에서 시 민단체는 불법의 규모와 질에 있어서 압도적인 여당의 선거운동을 감시하 는데 주력해온 게 사실이다.

청와대와 신한국당의 반대에 대해 홍 장관은 “관변단체들에 대해서도 지 원을 하는 마당에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구실을 맡을 공적단체들에 공적 인 지원이 없다면 문제”라며 “10년 이상의 선거감시활동으로 국민적 신 뢰도가 높은 공선협이 이번 대선을 감시한 결과, 공정한 경쟁이었다고 평 가를 내린다면 선거결과에 대한 쓸데없는 분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홍 장관은 공선협에 대한 예산지원이 무산될 경우 바로 장관직을 사퇴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장관의 한 측근은 “홍 장관은 오는 12월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생각하고 있다”며 “선거가 공정하게 치뤄질 경우에도 장관직에 연연하 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지난 8월 정무1장관에 임명됐을 때도 “대선이 끝난 뒤에도 시 비가 일지 않도록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공선협에 대한 예산지원뿐 아니라 최근 여당 의 ‘DJ(김대중)비자금’ 폭로전과 그동안 색깔론시비, 국회 정치개혁입 법,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과 관련해서도 독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공 명선거와 관련된 한 여야를 초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신한국당의 비자금 폭로전과 관련해 김수환 추기경과 고흥문 전 국 회부의장 등 사회 각계 원로들을 만나기로 한 것도 이런 공명선거 분위기 정착을 위한 그의 노력의 하나이다. 그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들은(D J비자금 폭로) ‘공정한 선거’라는 최소의 조건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 어 이 문제를 적절히 해결·극복하지 않으면 다음 세기에서도 우리가 질 타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비자금설 폭로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공정선거 해치는 ‘폭로전’중지 건의 예정

그는 또 “이번 대선이 절망 가운데서의 선택이 아니라 더 밝은 희망 가 운데서 선택하는 선거가 되도록 국면 전환을 해야만 한다”고 말해 신한 국당의 폭로전으로 인한 정책대결의 실종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나 섰다. 그는 각계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들은 뒤 김영삼 대통령에게 ‘폭로 전의 중지와 정책대결의 전환’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신한국당이 오익제씨 월북사건이 발생하자 기다렸다 는듯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에 대해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나선 데 대해 서도 그는 적극 제지하고 나섰다. 그는 당시 색깔론 공세에 대해 “흠집 내기식의 소모전은 공명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며 비판했다. 또한 국회 의 정치개혁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대통령의 중대결심’ 가능성을 밝히며 여야에 동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홍 장관의 행보는 과거 정무장관으로부터는 기대할 수 없던 ‘신선한 충 격’으로 정치권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나 여당으로부터는 오 히려 ‘오해’를 받으면서 야권과 시민단체로부터는 ‘박수’를 받는 그 의 공명선거 행보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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