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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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장 많은 지뢰가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무장지대의 지뢰지대. 96년 가을 강원도 철원지역에서는 폭우로 지뢰가 떠내려와 지역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지난 10월10일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국제지뢰금지운동(ICBL)과 이 단 체의 지도자 조디 윌리엄스(47·여)가 뽑히면서 국내 관련민간기구의 활 동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대인지뢰금지협약 세계 89개국이 지지
이날 스웨덴의 노벨위원회에 의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ICBL은 지 난 9월1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89개국이 합의한 대인지뢰금지협약초안 조인을 주도했다. 전세계 89개국이 지지한 이 초안은 대인지뢰를 가장 비 인간적인 무기로 규정해 이의 예외없는 철폐를 목표로 해왔다. 초안은 오 는 12월1∼3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정식 국제협약으로 체결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한반도 예외규정’을 주장하며 협약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뢰는 대부분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휴전선 안 에 있으며, 오히려 전쟁억지력이 되고 있다는 게 한-미 양국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국내의 대인지뢰 금지운동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한-미 정부의 주장이 일정 정도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노벨상 선정을 계 기로 국내 민간단체들은 지뢰 철폐를 향한 운동을 가속화시키기 시작했다 .
평화상 수상자 발표 다음날인 지난 10월11일 참여민주주의시민연대(참여 연대)는 ‘대인지뢰금지 국제민간운동의 승리’라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한반도 유예 주장’이 국제적 여론과 배치된 다는 점을 직시하여, 국제지뢰협약 체결에 적극 참여하는 방향으로 재고 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실제로 평화상 발표 몇 시간 뒤 그동안 대인지뢰금지협약 조인을 거부해 오던 러시아가 가입의사를 밝히는 등 대인지뢰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평화상 수상자인 윌리엄스도 수상 소식을 들 은 직후 “협약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면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조약 서명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10월10일 개막된 유럽회의에 참석 해 40개 회원국 지도자들에게 대인지뢰 사용 및 생산 금지를 위한 오타와 협정에 서명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또 오부치 게이지 일본 외상도 ICBL 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며 “일본은 범세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인지 뢰 금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외른 토레 고달 노르웨이 총리는 평화상 발표 직후, “ICBL의 평화상 수상은 매우 유쾌한 일”이라며 “이는 지뢰금지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에 큰 압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세계적인 관심과 압력의 증가에 따라 참여연대·전국연합·환경운동 연합·교회여성연합회 등 9개 단체는 대인지뢰반대를 위한 민간단체협의 회(가칭)를 구성하기로 하고 10월16일 실무회의을 갖는다. 이들은 10월 말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11월 초순까지 국내여론 환기작업에 들어간 뒤, 11월 중순 이후는 국제적인 여론을 모아내는 작업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 이다. 협의회는 이런 활동을 토대로 12월 초 대인지뢰금지협약 조인식이 있는 오타와에 대표단을 파견할 방침이다.
한반도, 민간인 피해사례 많아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통일맞이 7천만 겨레모임’ 김창수 자료실장은 협의회는 이런 활동 중 국내 홍보에 무게중심을 둘 계획이라고 밝힌다.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잘못된 주장’을 깨지 못한다면 한국이 영원히 대인지뢰철폐라는 국제사회의 흐름에서 낙오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협의회 소속 단체들이 보기에 우선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은 허점투성이다. 지난해 가을 강원도 철원지역에서는 폭우로 지뢰가 떠내려와 농사도 짓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은 아이들의 문 밖 출입까지 제한했다. 그만큼 지뢰에 대한 공포심이 컸다.
이 단체들은 또 대인지뢰의 ‘부정한 사용’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전교사가 시민군의 활동을 막는 방편으로 지뢰를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 이다. 당시 전교사는 시민군의 광주 남단 진출을 막기 위해 광주 효천부 락에 지뢰를 매설했다. 이 지뢰는 때맞춰 이 지역을 통과하던 공수부대가 밟아 전교사와 공수부대의 교전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협의회는 또 ‘한반도 유예주장’은 대인지뢰 해결을 위한 전세계의 움직 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대인지뢰금지협 약이 한반도를 예외로 인정할 경우 인도-파키스탄 국경 등 다른 접전지역 들도 이런 예외 규정을 받으려 해 지뢰철폐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이란 설명이다.
협약가입은 남북군축협상의 여건 제공
협의회는 또 정부가 ‘군사논리’보다는 ‘통일논리’로 이 문제를 바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대인지뢰를 제거하고 북한에도 휴전선 북 쪽 지역에 설치된 ‘목각지뢰’ 철거를 주장해 군축협상의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협의회의 움직임과 함께 주목되는 것이 대한적십자사와 유니세프 한 국지부의 움직임이다. 이들 두 단체의 ‘상급단체’에 해당하는 국제적십 자사와 유니세프 본부는 대인지뢰금지협약 마련에 가장 활발히 활동한 국 제단체로 꼽힌다. 그러나 한적과 한국 유니세프는 그간 정부의 반대 방침 에 따라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노벨상 발표 직후 한국 유니세프의 박동은 사무총장은 “원론적으 로 대인지뢰는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며 “협의회의 활동범위를 검토해 봐야 하지만, 유니세프 한국지부의 협의회 가입도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한적도 “지난 9월 초 국적에서 펴낸 <대인지뢰와 국제인도법 >을 번역해 관련기관에 배포하는 등 국적의 대인지뢰 반대 홍보에 동참하 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인지뢰 철폐와 관련한 국적의 주장을 꾸준히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 두 단체는 “아직까지는 정부에 직접 대인지뢰 철폐를 요구하는 행동은 단체의 성격상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단체들의 움직임이 앞으로 얼마만큼 국민들을 설득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아직도 상당수 국민들이 ‘한국의 특수 성’을 들어 이들을 ‘이상주의자’로 백안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 나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노벨상 수상자 윌리엄스가 지난 7월 벨기에 브 뤼셀에서 열린 대인지뢰금지 국제회의 개막연설을 들어 그것이 ‘실현가 능한 이상’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91년 우리가 소수의 비정부단체로 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 은 우리를 이상주의자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이상이 아니 었습니다. 만일 우리의 목표가 이상에 불과했다면 오늘 이런 대규모 국제 적인 회의도 열리지 않았을 것이고 올 1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포괄적 인 대인지뢰금지협정 체결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김보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3일 제 1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