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권리 찾기/바겐세일

바겐세일 알고 이용합시다

백화점이 자리잡고 있는 도심의 교통 혼잡도가 한층 심해졌다. 가을 정기 바겐세일이 시작한 탓이다. 지난 3월 연중 60일 이내로 제한되었던 백화 점의 바겐세일 기간 제한이 풀리면서 하루 걸러 한번씩 세일이 열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흔한 세일이지만 계절별로 열리는 정기세일은 규모면에 서 가장 큰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도 여느 세일에 비해 가장 높다.

바겐세일은 본래 재고상품을 싼값에 처분해 기업들은 재고의 부담을 줄이 고 소비자들은 좋은 상품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본래의 목적이 변질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바겐세일 광고에 할인율이나 할인기간을 명시하게 하고 실제로 세일을 하지 않는 상품을 광고에 게재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감시의 눈길을 부라리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매출부진을 겪고 있는 백화점들의 전 략도 만만치 않다. 그런 만큼 바겐세일은 무조건 물건을 싸게 파는 것으 로 알고 쇼핑에 나섰다가는 뜻하지 않게 ‘바가지 세일’을 경험할 수도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세일을 위해 별도의 제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 다는 것이다. 한 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기획상품전이란 이름이 붙은 매장의 경우 백화점과 업체가 모두 이익률을 낮춰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 을 내놓는 것이 원칙이지만, 세일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상품도 있는 것 이 사실이다. 제품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규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과는 분명히 다르다”며 별도의 세일용 제품이 만들어지는 사 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의류의 경우 옷감의 질을 낮추거나 바느질의 ‘땀’을 줄여 제조원가를 낮추기도 하지만 웬만한 소비자들은 구별하기 어렵다. 이런 상술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옷에 부착된 라벨에 명기된 옷감을 살피거나 정규매장의 제품과 비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일되는 냉장식품을 구입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 지 않은 제품들이 진열대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 은품 등에 현혹되어 필요한 수량 이상을 구입했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쓰 레기통만 배부르게 하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바겐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긴 ‘노 세일’(No Sale) 제품이 늘고 있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고급 여성의류나 젊은이들을 겨냥한 캐주얼 브 랜드 등에서 제품의 차별화나 고급이미지를 심기 위한 판매전략으로 시작 한 노 세일 상품은 의류뿐만 아니라 아동용품과 생활용품에까지 퍼지고 있다. 연중 계속되다시피 하는 바겐세일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업체들 이 바겐세일 참여를 기피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판매대금의 일정 한 비율을 수수료로 챙기는 백화점들이 ‘노 세일’을 조장하기도 한다. 바겐세일을 하지 않아도 잘 나가는 상품들을 할인판매해 수수료를 줄이지 않겠다는 백화점쪽의 장삿속인 셈이다. 지난 여름 정기 바겐세일 동안에 2백여개의 업체가 ‘노 세일’에 동참했다는 것도 참고할 일. 대부분이 소비자 지명도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바겐세일 기간이 아닐지라도 백화점의 가격에 관해 알아두어야 할 일이 있다. ‘거품가격’이다. 예전에는 바겐세일 기간 전에 가격을 올렸다가 바겐세일 기간 동안 할인율을 적용하는 얌체 상혼이 종종 지적됐지만, 공 정거래위원회의 감시와 소비자 단체들의 활동으로 이런 일은 많이 줄었다 . 그 대신 연중세일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바겐세일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책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할인이 안 된 정상가로 팔려나가는 의류의 비율 이 10%를 밑돌 정도라는 의류업체 관계자의 말을 새겨둘 만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누리가 없다는 백화점에서도 에누리가 행해지기도 한다. 주로 단골 고객들을 대상으로 바겐세일 기간이 아니더라도 할인된 금액에 상품을 판매하고 매출전표 날짜를 조작해 바겐세일 기간 동안에 물건이 팔린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어쩌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만 우롱을 당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백화점 바겐세일이 소비자의 주머니를 터는 상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나빠진 만큼 소비자를 끌기 위한 백화점간의 출혈경쟁도 심각하다. 특정 상품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원가 이하로 판매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을 백화점으로 유인하기 위한 ‘미끼 상품’인 셈이다. 백 화점 관계자들이 말하는 바겐세일 알뜰쇼핑 요령을 살펴보자.

1. 신문의 광고나 전단을 꼼꼼히 챙겨라

바겐세일 광고는 백화점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상품들만 간추려 내보내게 마련이다. 여러 백화점들의 광고를 모아놓고 비교해보면 같은 상품이더라도 어느 백화점이 더 싼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세일 속의 세 일’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2. 다리 품을 팔아라

정기 바겐세일은 기간이 긴 만큼 광고도 일찍부터 한다. 사고 싶은 상품 이 있다면 바겐세일 전에 매장을 찾아 가격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거품가격을 미리 알 수 있다. 또한 백화점에서는 엘리베이 터를 이용하기보다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가끔씩 있는 ‘반짝세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3. 한정상품을 놓치지 말라

일일 몇점씩으로 판매 수량이 한정되는 상품들에는 백화점이 원가의 일부 까지도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정말 싼 제품들이다. 단 경쟁이 치열한 만큼 몸싸움도 각오해야 한다. 이벤트 행사도 한정판매만큼은 아 니지만 싼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기회다.

4. 상품권을 활용하면 할인율이 두배

상품권 발행이 일상화되면서 상품권을 할인해서 파는 곳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상품권소비자 피해규정이 강화되어 바겐세일 기간이나 특정 상 품을 이유로 사용을 금지하지 못하도록 됐다. 만약 상품권이라고 물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상품권에 표시된 액면에 대한 현금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소비자의 권리다.

5. 바겐세일은 백화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백화점의 바겐세일 기간 동안 다른 거대유통센터나 할인점, 대형슈퍼마켓 등도 할인판매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식품류는 대형슈퍼나 유통센터 등이 더 싼 경우도 많은 만큼 사전에 확인을 해둘 일이다.

6. 오늘이 아니라도 바겐세일은 또 있다

바겐세일 기간 제한이 폐지되면서 이름만 달리한 바겐세일은 끝없이 계속 된다. 00물산전, 00기획전, 균일가전 등등이 바겐세일의 또다른 이름들이 다. 특히 물놀이 용품이나 스키용품 등 계절별로 수요가 몰리는 상품들은 이런 기간에 할인율이 더 높기도 하다.

7.사은품에 현혹되지 말라

사은품을 받기 위해 필요 이상의 물품을 구입하는 것은 백화점이 원하는 행동이다. 백화점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은품을 내건다. 백화점이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알뜰 소비자가 되기 위한 가장 큰 덕목이 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출이 줄자 손님을 끌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백화 점쪽의 아이디어가 기발해진 만큼 알뜰쇼핑을 위해서는 소비자들도 연구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윤승일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