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표지이야기

음악의 혁명, 대중의 반란

록의 역사는 50년대부터다. 세계대전을 전후해 태어나 자본주의의 풍요를 누리면서 자란 이들은 기성질서에 대해 ‘저항’한 최초의 신세대였다. 이들은 멜로디 위주의 스탠더드 팝 대신 강한 비트를 지닌 음악에 몰두했 다. 55년 기존 음악양식들을 결합한 빌 할리가 최초의 로큰롤 스타로 등 장했다. 하지만 로큰롤은 엘비스 프레슬리부터다. 로 대번에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이 미남스타는 무수한 히트곡을 터뜨 리며 로큰롤 광풍을 주도했다. 그의 허리율동은 기성세대로부터는 지탄, 젊은이들로부터는 환호의 대상이었다. 록은 태생부터 저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엘비스는 60년대 이후 연예인이 돼갔고 음악도 부드러운 팝발라드 로 바뀌었다. 엘비스 팬들은 그를 쫓아갔지만, 그는 더이상 로큰롤의 황 제가 아니었다. 엘비스가 처음 스타일을 유지했다면 비틀스의 미국상륙은 좀더 늦춰졌을 것이다.

60년대 초 엘비스 프레슬리와 클리프 리처드가 로큰롤에 등을 돌렸고, 트 위스트가 대중음악을 장악하는 등 로큰롤은 사그러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비틀스를 위한 혁명 전야였다. 영국을 점령한 비틀스는 64년 미국공략에 나서 단숨에 끝내버렸다. 64년 3월 빌보드 차트 1위부터 5위 까지 모두 비틀스, 그해 미국 싱글매상 6할이 비틀스였다. 하지만 이 신 화적인 그룹은 70년 를 끝으로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며 훌 쩍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비틀스를 필두로 수십여개의 영국 그룹들이 물밀듯이 미국으로 몰려들었 다. ‘The British Invasion’ 후, 롤링 스톤스, 야드버즈, 핑크 플로이 드 등. 록의 탄생은 미국이었지만, 비틀스 이후 록 흐름의 주도권은 거의 최근에 이르기까지 영국이 쥐게 된 근원이다.

60년대 자유정신의 최정점은 69년 8월 우드스탁(Woodstock)이다. 40만명 이 구름처럼 몰려든 이 페스티벌에는 당대 록스타들이 대거 참가했다. 폭 우로 공연장은 진흙탕으로 변했지만 관객들은 더욱 열광했다. 정치적 저 항과 낭만적 쾌락주의가 뒤섞인 히피즘적 반문화운동이 록과 결합한 최고 의 자리였다. 그러나 록에 대한 상업적 침탈, 마약, 지미 헨드릭스·짐 모리슨·제니스 조플린 등 뮤지션들의 잇따른 죽음 등으로 록은 다시 쇠 잔해지는 듯했다.

이때 고막을 찢는 메탈음악이 등장한다. 비틀스의 해체와 거의 시기가 일 치하는 영국밴드 레드 제플린부터다. 블랙 사바스, 딥 퍼플, 주다스 프리 스트, 핑크 플로이드 등 메탈밴드들은 음악적 완결성이 뛰어나 록의 클래 식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완벽에 가까운 최고 수준의 연주를 자랑했고 이들의 노래에는 허무의 색채가 짙었다.

이들이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인 76년 영국에서 섹스 피스톨즈와 클래시 가 나온다. 펑크의 도래였다. 록 안에서 또 한번의 반항이었다. 고도로 상업화된 메탈스타들을, 정교한 록음악을 비웃으며, 그리고 영국 자본주 의의 위기를 반증하듯, 섹스 피스톨즈는 냉소적이고 반상업적인 노래로 일관했다. 제멋대로 불러젖히고 노래에 전혀 소질이 없을 뿐더러 배우는 데도 도무지 흥미가 없었던 이들은 찢어지는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청중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펑크정신으로 이야기되는 펑크밴드는 이후 그 힘은 고갈되고 겉멋만이 덜렁 남게 되기도 했다. 이때 한쪽에는 퀸을 필 두로 한 프로그레시브 록이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70년대 후반 비지스의 디스코 음악은 잘 나갔고, 록은 그때까지도 주류가 되지 못했다. 레드 제플린을 정점으로 한 하드록 열기가 점차 식어갈 즈 음, 하드록이 답답하다고 느낀 젊은이들은 80년대 초 스트레이트한 요소 를 더욱 높히고 강도에서도 날카로운 금속성 톤을 전개하는 헤비메탈 음 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하드록에 대한 더 강한 반란이었다. 그리고 80 년대 중반 메탈리카가 등장하면서 메탈은 드디어 주류의 위치로 부상했으 며 슬래시 메탈, 데스 메탈 등으로 점차 분화해 나갔다.

메탈이 천하통일한 그 시점인 90년대 시애틀에서 출현한 너바나는 전통적 인 사운드를 복고풍이나 짬뽕 스타일로 표현한 얼터너티브 록을 들고 나 오면서 록 지평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비틀스 이후 처음이었다. 너 바나의 얼터너티브를 계기로 탈장르 시대가 열렸고 하나의 곡을 한 장르 로 구분짓는 것이 어렵고, 의미도 없게 됐다. 그리고 너바나의 얼터너티 브는 음악장르의 구분을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운동으로까지 퍼져나갔다. 록은 그러나 너바나 이후에도 계속 발전, 70년대 영국에서 탄생된 펑크는 90년대 들어 주류 음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네오펑크 시대를 열었고 , 최근엔 얼터너티브 이후 전자, 기계음으로 가득 찬 테크노가 점차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록의 역사는 한마디로 반항의 역사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