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주장
|
|
누가 사상검증 대상인가
집권당 일각에서 두 야당 총재에 대한 사상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 기되고 있다는 기사가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만은 지난 30여년간의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지’ 하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 지고 말았다.
누가 누구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말인가. 현 집권당의 강삼재 사무총장 은 자신의 전력을 곰곰이 되짚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과연 자신이 두 야 당 총재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되짚어보길 바란 다. 지금의 강삼재씨는 자신이 그렇게도 사상검증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두 야당 총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닌 사람이다. 새정치국민 회의 김대중 총재는 강삼재씨의 정치입문의 길을 열어 주었고,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와는 불과 5년 전 김영삼 정권의 창출을 위해 한배를 타기도 했다. 이런 강삼재씨와 두 야당 총재와의 관계는 특별한 것이었다. 이는 강삼재씨가 주장하는 사상검증이 이미 오래 전에 검증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굳이 구태를 되풀이해서 정당치 않은 이득을 챙기려 한다 면 강삼재씨 자신의 사상검증만으로도 자연히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따 라서 강삼재 자신의 사상검증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한치 앞의 사소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묻어버리려 한단 말인가.
신한국당은 “젊은이들이 두 김 총재의 사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사상검 증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그럴싸한 이유를 제시하라. 사상검 증이라면 이제 지겹도록 들어서 염증이 난다. 젊은이들을 위한 사상검증 이라면 이제까지 한 것으로도 족하니 그만두기 바란다. 오히려 이번 신한 국당의 사상시비는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보인 다. 야당의 문제제기라면 무조건 정치적인 음해쯤으로 몰아가는 단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 식견으로 무슨 국민의 대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가.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의 두 아들 문제를 야당 총재의 사상검증이라는 극단 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이번 사상논쟁은 더욱 부당하다.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의 두 아들 병력문제는 국민적인 의혹을 사고 있는 문제이지 두 야당의 주장만은 아니다. 따라서 두 아들의 병력문제 제기를 야당의 정치적 음해로만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다. 덧붙여 지 금껏 ‘법치’와 ‘대쪽’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된 신한국당 대선후보의 검증이야말로 이 시점에서 꼭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신한국 당이 계속 두 야당 총재의 사상문제를 되풀이하는 것은 병력문제를 덮어 두겠다는 의도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대통령선거가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이 아니더라도 이 나라의 정치, 경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신한국당은 이제 더이상 필요없는 구태를 반복하지 말고 건설적인 정책과 대안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할 것 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국민적인 의혹을 씻을 수 있는 조 치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이번 사상검증을 제기해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 의 명확한 해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임대현/ 나우누리 경남백호
전·노 사면이 결자해지?
요즘 들어 사회적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급기야 김영삼 대통령은 결자해지 논리로 임기 내 사면을 적극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문제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함부로 사면권을 남발할 소지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먼저 국민 대다 수의 광범위한 동의가 뒤따라야 하며, 무엇보다 사면의 합리적 타당성이 충분히 마련된 다음에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요즘 일고 있는 사면논의는 다분히 정치적 냄새가 짙고, 대통령 혼자서 판단· 결정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지금의 형량을 선고받고 복역하기까지 는 대통령의 결단이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 나 대통령이 결단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그것을 대통령 혼자만 의 업적(?)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 대통령은 처음에 ‘역사에 맡기자’ 운운했고 검찰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해괴한 법적 판단을 내 리기도 했다. 결국 국민들의 불길 같은 저항에 백기를 든 대통령의 선택 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대선 전 사면은 보수세력과 영남권 표를 의식한 대선 대비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사면은 없다고 하나 이것 역시 조금만 들춰보면 그 허구성을 읽을 수 있다. 대선 전이냐 후냐는 전적으로 시기의 문제일 뿐 이다. 사면이 기정사실이라면 대선 전과 후의 한두달 차이는 그들이 선고 받은 형량에 비춰봤을 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 대선용이라는 인상을 지우려 한다면 사면논의는 다시 부쳐져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논의는 누구의 말처럼 결자해지 원칙에 따라 전적 으로 그들을 단죄한 국민들이 풀어야 할 몫이다. 거기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지고 전·노 두 사람의 반성과 사죄가 뒷받침되었을 때 대 통령은 여론을 바탕으로 사면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 복역중인 양심수들이 온존하는 현실에서 살육에 대해 반성은커녕 정당한 일로 여기 는 사람들을 사면하려는 것은 허구일 뿐이다.
김연기/ 인천시 부평구 심정2동 493-49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