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과학과 지성

‘쿠키 파일’ 개인정보 누출 논란

(사진/쿠키를 이용한 인터넷광고 기법의 한 실례. 사용자가 쿠키 기술을 채용한 인터넷 자료방에 들어서면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광고문이 나타난다.)

인터넷에 ‘쿠키’ 논쟁이 일고 있다.

컴퓨터란 기계 덩어리 속에 웬 달콤한 과자 얘기인가? 이렇게 생각할 법 도 하겠지만, 쿠키는 인터넷시대에 사생활 침해논쟁을 일으키는 중요한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자. 라디오 방송을 듣기 위해 주파수를 맞추는 순 간, 방송사쪽에서 내가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 알아차린다면? 그래서 청취 자의 성별과 취향, 청취 습관에 맞춰 뉴스와 방송광고를 보내준다면? 무 차별 대중을 상대로 전파를 쏘아대는 방송사는 더이상 ‘1 대 다수’의 대중방송이 아니라 ‘1 대 1’의 개인방송을 실현할 것이다.

이런 상상이 인터넷에서는 이미 가능해지고 있다. 인터넷 정보제공자의 자료방(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당신의 개인정보는 당신도 모르게 인터넷 정보제공자의 컴퓨터로 날아갈 수 있다. 개인 사용자의 컴퓨터(클 라이언트)가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정보제공자의 컴퓨터(서버)와 상호소 통하면서 주인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이런 기능이 최근 몇년새 인터넷 의 기반기술로 확산하고 있는 ‘쿠키’이다. 쿠키는 대표적인 인터넷 검 색프로그램인 넷스케이프나 인터넷익스플로러에 기본으로 내장돼 특별하 게 조정하지 않는 한 항시 작동한다.


인터넷 상인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당신의 컴퓨터에서 당장 확인해볼 수 있다. 찾기 기능을 활용해서 ‘cook ies.*’라는 파일을 찾으면 몇개의 쿠키 파일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넷스케이프의 인터넷 검색프로그램에 기본기능으로 내장되면서 확산한 쿠키는 이제 인터넷통신을 하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채용되고 있다 . 물론 쿠키 파일에 쓰여진 사용자 정보는 일반인이 해독하기 어렵다. 마 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적외선 안경을 쓴 사람만이 주변 물체를 보듯 쿠 키 파일은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서버 컴퓨터만이 읽을 수 있다. 애초 쿠키는 인터넷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단골로 방문하는 인터넷 자료방에 들를 때마다 일일이 신원확인 절차를 거칠 것 없이 예전의 방문기록을 확인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 자 이름(ID) 18943이 1997년 8월26일 오후 3시13분에 이곳에 들러 성인잡 지를 12분간 보고 갔다’는 정보가 생성되면, 그 일부의 정보는 사용자 컴퓨터에 보내져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돼 있다가 사용자 ‘18943’이 다시 이곳에 들를 때 이 사용자를 먼저 알아보는 식이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정보제공자는 이 사용자가 이곳에 들르기 전에 어떤 자료방들 을 돌아다녔는지도 추적이 가능하다. 이런 정보는 서버에 데이터베이스로 차곡차곡 저장돼 유용한 판매전략의 자료가 된다.

인터넷 자료방을 운영하는 정보제공자 입장에서는, 레스토랑의 단골손님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좋아하는 메뉴를 소개 하는 것처럼 인터넷의 방문객을 특별우대하는 셈이다. 사용자는 사용자대 로 취향에 맞는 정보를 골라보고, 자료방에 들어설 때마다 요구받는 귀찮 은 중간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쿠키의 태생 이유와 달리 날로 상업화의 물결에 가담하고 있는 인 터넷에선 다른 부작용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을 무대로 물건을 팔려는 인터넷 거리의 새로운 상인들은 자신의 상점에 들른 인터넷 사용자의 취 향과 통신습관들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게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 인터넷 광고업자는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광고를 찾아 제공함으로써 자 신의 광고주를 만족시킬 수 있다. 전자상거래가 현실화할수록 쿠키는 힘 을 발휘할 것이다.

무차별 광고문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특정한 취향의 사람에게 특정한 광 고문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상품정보 제공을 통해 구매욕구 를 최대한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런 정보제공 기술이 인터 넷 전자상거래에서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인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 을 것이다.

쿠키가 올해 초부터 사회문제화하면서 요즘 업계는 쿠키 사용을 제한하는 기술표준을 만드느라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넷스케이 프도 선택기능을 이용해 인터넷 사용자가 쿠키를 거부할 것인지 수용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기능을 채택했다. 그러나 쿠키를 요구하 는 인터넷 자료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용자는 인터넷 사용 도중에 일일이 거부 또는 허용의 판단을 해줘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또 이런 선택사항을 알지 못하는 사용자는 당연히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정보를 전세계에 누출할 수밖에 없다.


제한기준 마련 고심… ‘쿠키 방패’ 등장

쿠키가 인터넷의 개인정보를 누출하는 핵심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급 증하자 최근엔 인터넷 표준을 개발하는 국제적인 전문가단체인 ‘인터넷 기술자 태스크포스’(IETF)의 정식안건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 제공자가 고객을 관리하면서 사용자의 선호도에 따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쿠키의 장점 때문에 쿠키의 확산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 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파는 인터넷 상인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이런 가운데 쿠키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사람을 위해 ‘쿠키 방패’ 프로그램들도 다수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우편 암호 소프트웨어업체 인 PGP가 내놓은 ‘PGP쿠키 차단기’는 특정 인터넷 자료방에서 내 컴퓨 터의 하드드라이브로 보내오는 쿠키 파일을 선택적으로 막아준다. ‘익명 ’이란 소프트웨어는 쿠키 파일뿐 아니라 자신의 주소, 검색프로그램 등 에 관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현대정보기술의 관계자는 “쿠 키 기능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며 “두 얼 굴을 지닌 쿠키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인터넷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할 것 ”이라고 말한다. “달콤하다고 덥석 집어먹지는 말라”는 얘기다.

오철우 기자/ <한겨레> 생활과학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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