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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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둔을 청산한 박찬종 고문과 이인제 경기지사가 공동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이회창 후보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
신한국당의 떨어진 ‘용’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일부는 연말 대선에 서 독자출마를 노리고 있어 여권의 상황이 7.21 경선 이전보다 더욱 복잡 하게 얽히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활동이 활발한 이무기는 이인제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적인 인기도가 좋게 나오고 있는 것을 이용해 자녀 병 역문제 등으로 곤경에 빠진 이회창 대표를 다방면에서 압박하고 있다.
박 고문 이어 이 지사도 최형우 고문 면담
이 지사가 지난 8월24일 박찬종 고문과의 단독회동에서 “신한국당의 정 권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규정한 것은 사실상 이 대표에게 후보자 리를 내놓으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두 사람은 이날 공동 합의문에서 “신한국당의 정권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진 것에 대해 공감하고, 획기적인 국면 전환이 있지 않으면 재집권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데 인 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획기적인 국면 전환’의 내용에 대해 구 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측근들은 “병역시비 등으로 지지도가 떨어진 이회창 대표의 대선후보 교체를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공공연히 말 했다.
이 지사가 8월26일 △당 총재 직선 △당권, 대권 분리 문제 등을 담은 당 개혁안을 이 대표에게 제출한 것에서도 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탈당 후 독자출마를 노린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지사 주변에서 는 이미 독자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지사의 측근인 한 원외위원장은 “5년 뒤에도 지금처럼 국민들의 지지가 계속되리라고 어떻게 기약할 수 있겠느냐”면서 “의견통일이 완전히 이뤄진 것은 아니 지만 현재 방향은 ‘나가는’ 쪽”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가 8월30일 중 국에서 요양중인 민주계 대부 최형우 고문을 면회하러 가는 것도 의미심 장하다. 독자행동에 동행할 세력을 모으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일단 대선출마자의 공직사퇴 기한인 9월18일 이전에 경기도지 사직은 사퇴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보다 마음이 더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은 박찬종 고문이다. 박 고문 은 지난 8월20일 그동안의 은둔생활을 청산하면서 “이 대표가 전당대회 에서 합법적 절차를 거쳐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당의 양식에 비춰 중대 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전국위원회 등을 열어 재고 절차를 거쳐야 할 것” 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24일 이인제 지사와 ‘독자출마 연대’ 문제를 논의한 뒤 이튿날 중국으로 출국해 최형우 고문을 찾았다.
당내에서는 경선 때 물증없이 금품살포설을 제기했다가 당 안팎에서 외면 을 받는 등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박 고문이 이 대표의 위기를 재기의 발 판으로 삼아 어떤 식으로든 그의 낙마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박 고문이 이 대표를 최대한 흔든 뒤 나름의 명분을 찾아 탈당할 것이라 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한동 고문도 보수연합 추진 시사
이한동 고문도 심상치 않다. 이 고문은 8월22일 강연정치로 자기 목소리 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도덕정치 국민운동연합’ 주최의 강연회 에서 “권력의 1인 집중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내각제 나 2원집정제 도입 등 구조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며 “내각제 도입 등의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건전 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내각 제 등의 추진을 위해 자민련 김종필 총재, 박태준 의원을 포함해 신한국 당 내 일부세력을 포괄하는 ‘보수연합’ 추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이 의원은 또 이회창 대표의 두 아들 병역시비와 관련해 “항간에 ‘무전 (無錢) 입대, 유전(有錢) 면제’라는 말이 퍼져 있다”면서 “국가 지도 자와 사회 상류층이 도덕성을 건전히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 요건”이라고 이 대표를 정면 공격했다.
그러나 이들 3명이 신한국당을 끝내 탈당하고 독자행동을 감행하리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일단 ‘경선 결과 승복’의 약속을 뒤집기에 부 담이 적지 않은 데다가 다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지지도 하락 외에 다른 결정적 하자가 없는 상황에서 탈당할 경우 우리 가 입을 정치도의적 책임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실토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와 김 대통령 등 당 지도부가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 수습 노력을 기 울이고 있는 점도 이들의 이탈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