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격동하는 재벌/금호그룹

땅은 벌고 하늘은 까먹고

(사진/부채비율 10.000%가 넘는 아시아나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금융비용을 발생시키는 새 항공기 정책 등이 재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88년 2월 금호그룹이 제2민항 사업면허를 따내고 아시아나항공을 설 립했을 때 그룹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아시아나항공은 출범 9년 만에 보유 비행기 51대에, 국내외 50개 도시 67개 노선을 뛰는 세계적인 항공 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요즘 금호그룹 안팎에서는 금호의 ‘2010년 5대 그룹 진입’이라는 야심을 이루려면 가장 먼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정 상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1조2천억 원의 매출(건설사업부 포함)을 올렸지만 5백40억원 적자를 냈다. 자산 2 조2천5백억원 가운데 부채가 2조2천2백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1만%를 넘 고, 자기자본비율은 0.9%에 불과하다. 아시아나는 올해 흑자를 목표로 하 고 있지만 이미 지난 상반기 중에만 5백억원을 넘는 적자가 났다. 그룹의 한 임원도 “다른 그룹이 아시아나를 맡았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 놓는다.

아시아나가 적자를 낸 배경에는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대규모 환차손과 비행기 연료값의 상승 같은 일시적 요인과 함께 후발업체로서 운항노선이 대한항공에 비해 크게 부족하고 수익을 내는 노선도 적다는 구조적 요인 이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나의 한 임원은 “황금노선 중의 하나인 서울∼ 도쿄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주당 35회 운항하고 있는데 반해 아시아나 는 5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아시아나가 정부에 대해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복수취항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는 또 국내선 항공운임이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해 너무 싼 것도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연내 인상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회사 주변에서는 수입증대 방안과 함께 비용절감 노력도 함께 경 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시아나가 올해 새로 도입한 보잉 747-400 등 8대의 새 비행기값만 5천억원에 이른다. 오는 10월에는 다시 두대를 추가로 들여 올 예정이다. 이들 비행기 도입에 따른 이자를 포함해 아시 아나의 금융부담은 지난해에만 1천억원을 넘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 나의 경영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면 지금껏 고수해 온 새 비행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 비행기값이 새 비행기의 절반 정도 되는 기령 6∼7년짜리를 도입하면 금 융비용도 절반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매출액의 12%선 인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전원 대졸자인 1천6백여명의 객실승무원을 전문대졸 이하로 대체하면 연간 50 억원 정도의 인건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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