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재벌/금호그룹
|
|
(사진/형제간 우애가 깊다는 금호그룹의 4형제.
왼쪽부터 박성용 명예회장. 박정구 회장, 박삼구 아시아나 사장, 박찬구 그룹 회장부속실 사장.)
금호그룹은 대주주인 박성용(65) 명예회장과 박정구(60) 회장, 박삼구(52 ) 아시아나 사장, 박찬구(48) 그룹 회장부속실 사장 등 4형제가 합심해서 경영을 하는 의좋은 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택시와 버스사업으로 금호그룹을 일구었고 지금도 고속버스와 타이어, 항 공 등 운수관련 사업이 그룹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4형제 는 금호그룹을 움직이는 ‘4바퀴’로 표현된다. 창업주가 사망하면 2세들 간에 분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 재계 풍토에서 금호는 부러움의 대 상이기도 하다. 5남3녀 중 막내인 박종구(39) 아주대 교수는 처음부터 그 룹 경영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해 4월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84년부터 맡아 온 회장직을 바로 아랫동생인 박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물려주었다. 형 제간의 승계가 처음은 아니지만 사망(선경), 정계진출(쌍용) 등 다른 이 유없이 이루어진 자발적 승계로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 을 던져 주었다. 박 회장은 그룹 사장단 인사나 해외 프로젝트 등 주요 정책결정을 내릴 때는 지금도 박 명예회장과 꼭 상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
금호 형제들이 한지붕 밑에서 화목하게 경영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몇가지 원칙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자산은 4형제가 공동으로 분배하고 개인사 업은 안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명예회장 형제가 금호그룹을 지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고리 역할을 하는 금호타이어의 경우 이들 4형제 의 지분이 3%를 전후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이들은 형제간에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번은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대화중이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박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받는 것을 보고 혹시 청와대에서 걸려온 전화냐고 물어보니까 큰형인 박 명예회장이라고 말을 해 놀란 적이 있다.” 그룹의 한 임원이 전하는 일 화는 이들 형제간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특이하게 박 명예회장 4형제는 아들을 모두 한명씩 두고 있다. 박 명예회 장의 아들인 재영(27)씨는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MBA과정을 밟다가 휴학을 하고 미국 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박 회장의 아들인 철환(19)씨와 박 회장부속실 사장의 아들 준경(19)씨는 올해 각각 연세대 상경학부와 고려대 농대에 입학했다. 박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아들 세창(22)씨는 연 세대 생물학과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은 군복무 중이다. 박 명예회장은 회 장직을 물러나면서 아들에게는 그룹 경영을 맡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재계 처음으로 4촌 4명이 공동으로 3세 경 영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