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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의 뜻으로 북한을 돕는다

(사진/세인트 존 공립초등학교 교실 벽에 붙어있는 북한돕기 포스터. )

지난 8월 중순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의 상징인 KL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세인트 존 공립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아주 뜻밖의 반가운 사건 이 일어나고 있었다. 전교생 7백여명의 이 조그마한 학교 학생들이 기아 로 굶주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 돕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교무실 입구에는 아이들이 정성스레 그린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아이들 은 하루 한끼의 식사비를 기금으로 내고 있었다.

“아직 공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우리와는 이념이나 종교가 다른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곳의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아시아 나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 수석 교감으로 있는 부딘 선생은 “요즘 이곳의 언론과 정부에서 도 북한 어린이 돕기 모금행사에 적극적이다”라고 소개한다.


하루 한끼 식사비를 성금으로 기탁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북한 어린이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자, 하나같이 “친구들이 몹시 배고파한다고 들었다”고 대답하며 한끼 식사 비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표정들이다.

말레이시아가 적극적으로 북한 돕기에 나선 것은 지난 7월10일 압둘라 바 디위 외무장관이 “정치적인 차이는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 대 한 지원 확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면서 본격화됐다. 그 는 이어 말레이시아의 유력 일간지 <스타>의 북한 주민 돕기 캠페인에 동 참하면서 전국적으로 북한돕기에 국민들이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스타>는 신문독자 등으로부터 모금한 북한 주민 돕기 자금으로 쌀을 구 입해 북한에서 식량난이 가장 심한 지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미 <스타> 를 비롯해 여러 언론들이 독자들의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마하티르 총 리도 나서서 4개 정당 연립정권인 집권 국민전선(NF)이 북한 주민들에 대 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을 통해서 도 아시아 각국이 북한의 기아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 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 말레이시아 국내의 경제문제와 한국과의 외교적 친밀도를 볼 때 이 들의 북한 주민 돕기 노력은 다소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들의 북한 주민 돕기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경제력과 밀접한 관 계를 지니고 있다. 이는 경제적으로 나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어려운 나라를 돕자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성장으로 자칫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도덕적 캠페인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세인트 존 학교의 부딘 교감선생은 “지금 우리에게는 이슬람의 정신세계가 필요 한 때”라고 이야기한다.


배고픈 인류 돕기는 알라신의 뜻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가 경제적인 부흥을 이루는 데는 사실 동남 아시아 특유의 느슨한 이술람율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말 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경제적 부흥은 새로운 사회질서를 요구 하고 있다. 때문에 자본주의적 질서에 대한 요구는 종교적인 기존의 규범 체계와 번번이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따라서 최근 말레이시아의 초등 학교에서는 공중도덕이나 질서 외에도 애국심과 인류애 등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딘 교감선생은 북한 어린이 돕기 포스터를 교 무실 앞에 걸어놓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질수록 잊기 쉬운 것이 남을 돕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제 생활이 나아질수록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에게 북한 어린이를 돕 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는 것을 가르치려 한다. 이 모든 것이 알라신의 뜻이다.”

같은 민족인 남한 내 우익세력이 북한돕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할 때, 다른 민족인 말레이시아인들은 굶주리는 북한 인민을 인간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콸라룸푸르=글·사진 이상엽/ 다큐네트포토스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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