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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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비밀 밝힌 아이의 무덤
지난 8월17일 저녁 8시 이스라엘 제1텔레비전 정기뉴스 화면에는 섬뜩한 모습이 비쳐졌다. 화면 속의 조그마한 어린이 무덤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사람들은 먼저 무덤 위에 세워진 비석을 제거했고, 무덤을 파헤 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관으로 쓰인 널빤지 같은 하얀돌이 나타났다. 그 런데 사람들이 그 돌을 치우자 정작 있어야 할 어린이 유골이 나오지 않 았다.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80세 내외의 노부부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 노부부는 이곳에 묻혔다는 어린이의 부모다. 80세 남짓의 부부가 어린 이의 부모인 것은 아이가 죽었다고 주장된 지가 이미 50년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 오랜 동안 ‘사라진 아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이날 이렇게 빈무덤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슬픔에 잠긴 것은 이 노부부뿐이 아니다. 이날 파헤쳐진 4개의 무덤 중 3개가 빈무덤 이었기 때문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 이란, 이라크, 예멘, 모로코 등 중동 지역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의 귀환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불과 3년 만에 인구가 배로 늘어날 정도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갑자기 몰려오는 귀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등 시설물들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 천막에서 생활하던 이 수많은 귀환자들에게 겨울이 찾아오자, 정부는 추위에 견디기 어려운 생후 6개월∼1년의 어린아기들을 병원으로 옮겨 수 용하게 했다.
그러나 문제는 병원에 옮겨진 아이들이 사라져버리는 사태가 속출한 것이 었다. 48년부터 54년까지 아기가 행방불명되었다고 신고된 것이 총 6백87 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중동지역, 특히 예멘 출신이 73%로 가장 많았다. 병원쪽에서는 이들 아기들이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부모들은 믿지 않았다. 이들은 병원쪽이 아기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이를 돈받 고 팔았다고 생각해왔다. 불법입양인 셈이다.
그뒤 부모들과 병원의 힘겨루기가 50년 가까이 이어진 것이다. 이런 갈등 속에 지난 95년 이스라엘 정부는 은퇴한 대법관 등 3명의 위원으로 진상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약 2년간의 작업 끝에 지난 8월 초 중간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러나 이런 보고서에도 부모들의 진상규 명 요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아기들의 빈무덤 확인으로 엄청 난 파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50년이 지났지만 예맨출신 유대인 어린이 납치사건의 진상이 밝혀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세 카차브 부총리가 한맺힌 부모들의 마음을 대변했지만, 50년 전 사기 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예루살렘=최영철 통신원
베네치아 여행 소매치기 조심하세요
요즘 베네치아의 주요일간지 <가제티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 기 사는 소매치기에 대한 소식이다. 베네치아는 그간 여자들이 새벽까지 혼 자 다녀도 문제가 없다는 안전도시였다. 지난 96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성당 앞에서 소매치기사건이 일어나자 신문들은 1면 머릿기사로 “드디어 베네치아까지”라는 기사를 냈을 정도다. 그런데 올 들어 로마나 밀라노 에서 악명을 떨치던 소매치기사건들이 베네치아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기차역 주변이나 관광객들이 많은 시내 중심가의 경 찰서에는 소매치기 고발신고 접수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인원이 하루 평 균 60∼70건에 이른다.
특히 문제는 이 소매치기들이 이탈리아인이 아닌 루마니아, 알바니아, 유 고슬라비아인 등 이탈리아가 난민형식으로 받아준 이들이라는 점이다. 물 론 소매치기 중에는 못사는 남부이탈리아에서 올라온 이들도 있다. 이들 은 소매치기를 하되 사람을 해치지는 않으며 어떨 때는 증명서 등은 우체 통에 넣어 주인에게 돌아가게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들을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조처는 느슨하기 짝이 없다. 조처라고는 난민이 소매치기범으로 체포됐을 경우 15일 이내에 이 탈리아를 나가야 한다는 서류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이들은 거리 를 배회한다. 소매치기로 1∼2달이라도 감옥살이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 물다.
이들의 수법은 대담해 사람들이 보고 있어도 잠시 의자에 둔 가방을 들고 가거나 설사 주인에게 들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 유유히 사라 진다. 또 어깨에 메는 가방이나 목에 건 지갑끈을 끊어가는 등 관광에 도 취된 이들의 심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움직인다. 이들은 가급적 이탈리 아인들의 지갑을 털지는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법은 까다로워 만약 외국인이 이탈리아인에게 물리적 피해를 주었을 경우 즉시 추방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발을 접수받는 경찰들도 반 형식적으로 서류를 꾸민다. 경 찰들은 설사 범인의 얼굴을 봤다고 주장하며 몽타주를 작성하자고 해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여행보험금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런 상 황들은 소매치기들을 더욱 여유만만하게 만들어준다. 베네치아 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 중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주소 및 전화번호가 노출되어 집 열쇠를 전부 바꾸고, 안전장치를 다시 하는 등 불안에 떨게 된다.
보스니아사태 때 많은 도시의 반대 속에서 난민에 대해 수용시설을 만들 었던 베네치아시도 이에 따라 주변도시에 마련된 유고슬라비아 난민 수용 시설의 문을 닫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을 안전하게 자국으로 보내는 후속 조처가 따르지 않는 한 베네치아에 오는 관광객들이 더욱 많은 피해를 당 할 것은 확실하다.
베네치아=김선아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