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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속엔 민족적 정체성이 있다'

루마니아의 단어 역사를 살펴보면 슬라브계에 포위된 이 라틴민족이 얼마 나 고집스레 민족주의를 지켜왔는지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세기 루마니아의 문법 학자들을 꼽을 수 있다. 유럽 의 중심국가들 사이에서 민족주의가 풍미했던 당시 지역적 그리고 문화적 으로 고립된 발칸반도라는 위치에 놓여 있던 루마니아에도 뒤늦게 지식인 들 사이에 민족주의에 대한 각성이 일기 시작했다. 다치아 원주민과 로마 제국의 이주민들을 그들의 민족적 조상으로 가지고 있는 루마니아는 로마 제국 멸망 이후 지리적으로 다른 라틴계 국가들과는 동떨어진 상태로 남 게 된다. 루마니아는 라틴민족과의 교류 대신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슬라 브 민족들과 흑해를 통해 근접해 있던 터키제국 등과의 접촉을 통해 발전 하게 된다.

하지만 로마 민족의 후예라는 자긍심과 찬란했던 로마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1천년이 훨씬 넘는 세월 속에서도 계속 지속되었다. 그 리고 이것은 오늘날에도 루마니아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소 로 남아 있다. 이러한 영향이 언어에도 계속되어 장기간에 걸친 슬라브 민족과의 교류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어는 라틴적인 성격을 유지할 수 있 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종교 내지 문화적인 측면에서 슬라브권 그리고 터키권 의 영향을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19세기 유 럽의 민족주의에 힘입어 루마니아에서는 라틴문화의 복고운동이 일어났다 . 언어학적인 측면에서는 트란실바니아를 중심으로 한 언어학자들에 의해 서 슬라브 내지 터키 어원의 단어들을 가급적이면 라틴어 계통의 단어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였고, 결정적으로 당시에 사용되던 시릴 문자도 라틴 문자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어 루마니아어를 좀더 라틴어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철자법까지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

또 혁명 이전 공산정권 아래에서는 국민들을 언어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하나의 통일된 사전을 만들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았고 이에 따라 사전 편찬학이 발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루마니아의 민족의식도 자본주의의 거대한 힘 앞에는 왜소해 보이는 게 요즘 ‘아디다시’ ‘네스’ ‘팜페르스’ 등을 대하면서 갖게 되는 느낌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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