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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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23·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과 4년)씨는 지난 한주 동안 하루 4시 간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 세계정치학대회(IPSA) 17차 서울대회 사무국 에서 그를 필요로 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최씨의 주요 임무는 세계정치학회의 각종 공식문서를 영역하는 일. 대회 개회사를 비롯해 문체부 장관 만찬사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번역됐다. 그 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국내 언론사가 요청한 세계적 석학과의 인 터뷰 통역. 대회기간중 그가 통역했던 인물은 장 르카 전 세계정치학회장 , 테드 로이 현 세계정치학회장, 사사키 다케시 일본정치학회장 등 줄잡 아 10명에 이른다. 애초 방학을 맞아 고국에 들렀다가 우연하게 자원봉사 로 나선 것이 평생 경험하기 힘든 ‘석학과의 만남’이라는 뜻밖의 기회 를 얻은 것이다.
“통역을 끝내고 나면 진이 빠집니다. 그러나 평소 책에서만 이름을 보아 왔던 석학들과 마주앉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공부가 됐습니다.” 그가 특별히 사무국 안에서 유일하게 전문통역을 맡게 된 것은 정치학 전 공자이면서 영어와 우리말을 훌륭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사업 때문에 고교 때부터 해외에서 생활했지만, 로체스터대학의 한인학생회장 을 맡아 미국인과 한국 입양아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을 펼 정도 로 한국을 기억하려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다.
대회기간중 에피소드도 그에게는 생생한 학습 기회가 되었다. 국내학자와 외국학자와의 대담 가운데 정치학 개념의 이해 정도를 놓고 논박하는 과 정에서 실력이 부족한 한쪽이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것을 보고 놀랐 다. 대통령 축사가 있던 첫날에는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 대회장에 들어 가지 못한 세계정치학회의 거물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출입을 제 지당한 그들 가운데 일부는 “이 대회가 대통령을 위한 것이냐, 건드리지 말라”고 강력히 항의해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유학생의 가장 큰 고민인 군대문제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이미 현역복 무를 끝냈습니다. 병역의무는 뒤탈없이 깨끗하게 마쳐야죠”라며 신세대 특유의 톡톡 튀는 자신감을 보였다.
김창금 기자/ 한겨레 문화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