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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선물 잊지 못해요”

어린이들이 즐겁게 음악을 접하도록 새로운 음악교수법을 창안, 전파하고 있는 한국주게스토페디 음악연구원 박성순(45) 원장은 지난 72년과 75년, 한국과 독일에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잊지 못한다.

“새벽송을 부른 뒤였습니다. 선생님께선 별 말씀 없이 미사보를 제손에 꼭 쥐어주셨지만 말없는 그 눈빛이 모든 걸 말씀하고 있었죠.”

72년 이화여대 성악과 3학년이던 그는 그해 말 독일에서 귀국, 이화여대 강사로 부임한 소프라노 김청자 선생을 레슨교수로 맞았다. 그때까지 한 번도 성당을 가본 적이 없던 그였지만, 그는 김청자 선생의 권유로 명동 성당 자정미사 성가대의 소프라노 파트를 맡았다. 자정미사 찬송을 끝낸 뒤에도 그는 성가대원, 교인, 그리고 김청자 선생과 함께 인근 병원을 돌 아다니며 환자들에게 찬송가를 들려주었는데 김청자 선생은 그에게 감사 와 애정의 표시로 미사보를 주었던 것이다.

“선생님을 생각하면 항상 빚진 심정이죠. 음악적인 부분뿐 아니라, 하루 도 연습을 거르지 않는 성실함, 자신의 노래에 대해 제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겸손함 등 인격적으로도 풍성한 분이셨습니다. 4학년 때 독일인 음악교수가 이화여대 초청으로 학교에 들렀을 땐 오디션을 보게 해주는 등 제자들의 진로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75년 김청자 선생의 도움으로 독일 레겐스부르크로 유학을 떠난 뒤 타국 에서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를 그는 또한 잊지 못한다. 그곳에서 그는 독 일인 여교수였던 레만 교수를 만났다. 레만 교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 지만, 썰렁한 기숙사 외엔 갈 곳이라곤 아무데도 없는 이 외국인 제자를 위해 휴양지인 남부 흑림지대(슈바르츠발트)에 살고 있는 자기 친구집에 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소개한 뒤, 왕복 기차표를 건넸다. 덕분 에 그는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오붓한 가정에서 그 가족들과 함께 피아노 를 치며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76년 귀국 뒤, 84년 다시 독일유학을 떠나 레만 교수를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박 원장은 “나쁜 제자죠. 사랑은 늘 내리사랑인가 봐요”라고 말하며 스 스로를 자책하지만 한국과 독일의 두 스승에게서 받은 그 사랑은 그의 가 슴속에 오롯이 남아 지금 어린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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