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특집

오씨 월북 누구 책임인가

오씨 사건에 대한 안기부의 책임 여부를 두고 여야 사이에, 그리고 야당 과 안기부 사이에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안기부와 여당은 오씨가 국민회의 당 고문이었다는 사실을 들어 김대중 총재의 사전인지설을 흘리며 국민회의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데 비해, 야당은 안기부가 오씨 입북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 의도적으로 입북하도록 방치했다는 의혹이 짙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기부의 입북 방치에 대한 제보가 있다고 주장해온 국민회의가 지난 8월25일 제보내용을 안기 부에 넘겨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책임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야당은 오씨가 공안당국의 관리·관찰 대상이었음을 내세워 안기부가 오 씨의 입북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오씨는 딸에게 쓴 편지 에서 “아버지는 한때 몰래 방북을 할지도 모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당해 출국정지까지 당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오씨는 당국의 관리·관찰 대상이었고, 또 이는 오씨 입북을 당국이 미리 알 수 있었다 는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국민회의쪽은 이에 대해 “여러 차례 방북 신청이 거부되는가 하면 출국정지까지 됐던 인사가 돌연 중국에 나 타났는데 해외정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기부가 그의 행적을 추적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오씨가 93년 10월 당국의 접촉 승인을 얻어 북한 천도교 청우당 류미영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알고 있는 안기부로서는 오씨가 중국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 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은 “안기부가 무능했거나 직무유기했다고밖 에 볼 수 없다”며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안기부는 김대중 총재와 오씨와의 사이에 여러 번 이뤄졌다는 통화내용을 확인해 김 총재 사전인지설 내용을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씨의 월북이 단순 입북이 아니고 여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대로 “통일 전선전략에 따라 북에 포섭돼 활동해온 고정간첩”이었다면 안기부의 책 임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안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민주평화통 일정책자문회의 상임위원, 천도교 교령, 제1야당 고문 등을 지낸 고위층 인사가 간첩활동을 하는 것을 발견해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안기부가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안당국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오 씨는 북한해외조직과 연계, 불순자금을 지원받아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해 오던 중 수사기관의 추적으로 신분노출이 우려되자 북한의 지령에 따라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라고 명시해 간첩 활동 단서를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황장엽 파일로 수사망이 좁혀오자 어쩔 수 없이 입북했다는 일부의 주장 도 안기부로서는 반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기부가 파일 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일의 세세한 내용까지 유출됐 다면,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정보기관의 잘못이 명백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안기부는 누구보다 먼저 오씨 사건에 대한 책임 공방에서 벗어나 기 힘들 것 같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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