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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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사건과 관련, 검찰에 소환되는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정기적으로 안기부의 고급 정보를 김현철씨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은 검찰에서도 밝히지 못했다.)
김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사건은 문민정부에서의 안기부 활동을 이해하 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 고리는 우선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이다. 기조실장에서 스스로 차장 자리를 만들어 승진했던 김 전 차장은 속된 말로 현철씨의 ‘똘마니’ 구실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는 재직중이던 94년 현철씨의 대선자금 잔금 중 70억원을 한솔제지 조 동만 부사장에게 비밀 관리토록 주선했는가 하면 자신도 직접 현철씨의 친구인 대호건설 이성호 전무가 케이블 텔레비전 운영권을 따는 대가로 1 억5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김 전 차장은 안기부 고급정보를 정기적으로 현철씨에게 유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검찰 수사에서 끝내 사실 확인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평 소 두 사람의 관계나 현철씨의 막강한 정보력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은 충 분하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현철씨의 구속 직전 권영해 안 기부장이 현철씨와 김기섭 전 차장과 비밀 회동을 가진 것도 안기부의 현 위상을 말해준다. 대통령 아들이라는 신분 이외에는 아무런 공직도 가지 지 못한 자연인에게 안기부가 이처럼 ‘휘둘린’ 것은 결국 정치권력에 대한 예속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문민정부 들어 정치활동 에 대한 관여가 금지됐지만, 안기부의 권력지향성이나 넓은 의미의 정치 적 활동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안기부의 정치 간여나 사찰의 구체적인 물증이 잡힌 것은 문민정부 이후 에는 아직 없다. 그러나 안기부가 과거 국내정치공작을 담당했던 정치과 와 지방출장소를 폐쇄 2년 만인 지난 95년 부활시켜 과거에 버금가는 활 동을 재개하고 있는 것은 국내정치에 적극 간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충 분하다. 안기부는 물론 이들 부서가 대공 용의점에 대한 수사차원의 정보 수집 이외에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각 정당에 상 시 출입하는 안기부 요원들의 일상적인 정보 수집 대상이 무엇일지는 자 명하다. 지금은 각 기초자치단체에까지 담당자를 두고있는 것으로 알려졌 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