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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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회의는 김대중 총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신한국당의 강삼재 사무총장과 이사철 대변인. 정형근 정세분석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제는 안기부를 겁낼 이유가 전혀 없다.”
최근 오익제씨의 월북 책임론을 둘러싸고 안기부와 ‘결전’을 치르고 있 는 국민회의 고위간부의 자신에 찬 말이다. 색깔론시비에 말려들 것을 우 려해 안기부와의 대결을 꺼려하던 과거 야당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한 번 ‘해볼 테면 해보자’는 태세이다.
차라리 일찍 터진 것이 다행
최근 국민회의 지도부는 주요 간부들에게 제1야당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 움직임 등과 관련해 “대공수사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정정당당하게 대 응하라”는 당의 방침을 전달했다. 국민회의는 이와 함께 간부회의 등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의 정치개입 의혹과 용공음해 가능성 등에 대 해서는 정공법으로 대응한다는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 국가정보기관인 안 기부에 대해 감정적으로 비난하지는 말되 정보기관으로서의 잘못과 이탈 행위에 대해서는 준엄하게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박지원 총재특보 는 “과거 야당은 으레 안기부와의 싸움은 손해라는 판단에 따라 확전을 피하고 우회하는 소극적 자세로 대응해왔으나 이제는 초기에 정공법으로 맞서 색깔론 망령에서 벗어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이번 안기부와의 갈등이 어차피 대선을 앞두고 한번은 치러야 할 ‘필연적인 통과절차’로 보고 있다. 오히려 당내 일부에서는 오익제 씨 월북사건으로 색깔론공방이 일찍 불거진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 기도 있다. 언젠가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 이다. 이종찬 부총재는 “지난 92년 대선 때의 이선실 사건처럼 선거 직 전에 용공시비가 터지면 야당으로서는 해명할 시간이 없이 일방적으로 당 할 수밖에 없다”며 “일찍 터진 것이 다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오익제씨 월북사건의 경우에는 국민회의로서도 어느 정도 타격 을 입겠지만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과거 야당에 대한 여당의 색깔 덧씌우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국민회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오씨가 국 민회의 고문을 지내기는 했으나 그 이전에 이미 천도교 교령을 지낸데다 10년 이상 대통령 직속의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상임위원으로 있었다는 점에서 사상검증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쪽에 있다는 반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씨가 천도교 교령 재직시 북한쪽 종교계 인사들과 함 께 남북종교 교류를 위한 회동을 갖고 북한방문 접촉을 신청했다 정부로 부터 거절당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가정보기관인 안기부도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중 총재는 최근 “정부 여당은 오익제씨 월북사건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너무 악용하고 있 으나 이번에는 어떤 경우든 용공조작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오씨 사건으로 불거진 용공시비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민회의가 오익제씨의 월북책임과 관련한 안기부의 ‘기획입북설’을 제기한 정동영 대변인에 대해 안기부가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조기에 적극 대응한 것은 안기부에 대한 분리대응전략에 따른 것이다. 국민회의는 내부적으로 ‘대 공수사에는 협조,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관계자 문책과 법적대응’이라 는 안기부 대응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지난 8 월22일 안기부의 ‘기획입북설’을 제보한 인사의 제보내용 등을 문건으 로 정리해 천용택 의원을 통해 권영해 안기부장에게 전달하는 등 일단 ‘ 대공수사에는 협조한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제보자에 대해서는 “대선을 앞두고 국민제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그 신원을 밝힐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동시에 전달했다.
날치기 안기부법 재개정도 추진
국민회의는 오씨 월북사건에 대한 안기부의 일차수사가 마무리되면 본격 적으로 안기부에 책임론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회차원에서 오씨 월북과 관련한 안기부의 책임문제와 정치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정보위 개최를 요구해놓고 있다.
오씨 월북사건 수사와 관련한 기밀을 유출한 안기부 관계자들에 대해 법 적 고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도 안기부에 대한 국민회의의 강경대응 방안의 하나이다. 신한국당의 ‘용공음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했듯이 안기부의 정치적 개입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여당이 정보위 개최에 응하지 않으면 정기국회에서 안기부의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 기부의 정치개입 의도에 쐐기를 박고 지난해 날치기 처리한 안기부법의 재개정도 강력히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다.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이제 는 정치개입 의혹을 사는 안기부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 아지고 있다.
김성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04일 제 1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