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땅속 깊히 숨쉬는 대재앙 지진

(사진/진도7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월성 원전. 원전뿐만 아니라 영남권 도시의 건물 도시가스 산업시설 등에 대한 강화된 지진안전기준 적용이 시급하다.)

양산단층의 활동성 여부를 둘러싸고 15년 동안 지리하게 계속돼온 논란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규모 4.3의 드물게 큰 지진이 지난달 26일 새벽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하면 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이 지진의 진앙을 무려 2백 30㎞나 빗나간 동해 앞바다라고 발표했다가 두번이나 번복해 지난 7월2일 경주 근처에서 일어난 지진이라고 발표했다.

다음날 <한겨레>는 양산단층대 주변에서 일주일에 한번꼴로 작은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한국자원연구소의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한전 의 용역으로 95년부터 양산단층대에서 정밀 지진관측을 해온 자원연구소 는 지난 한해 동안 양산단층대의 영향권인 경상분지에서 사람이 느끼는 규모 3 이상 12회, 규모 2∼3 31회 등 모두 55회의 지진을 관측했다.

결국 경상분지에서 발생한 규모 2 이상 지진은 43회인데, 이는 지난 한해 동안 기상청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관측한 39회의 지진(대략 규모 2 이상) 보다 많은 것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처럼 이상한 결과가 나온 것은 기상청의 관측장비가 엉망인 데다 그동안 지진 규모를 축소 발 표했기 때문이었다.


양산단층대 활동하면 국가 경제 마비

그동안 활성단층 주장에 별로 귀 기울여오지 않았던 정부는 7일 총리 주 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갖고 고리·월성원전의 지진안전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종합안전점검반을 구성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양산단층의 활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83년 서울대 이기화 교수가 양산단층에서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동력자원연구소(현재 자원연구소)는 이것이 발파 작업에 의한 지진 이라며 묵살해버렸다. 그런데 이번에 지진 빈발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 교수는 이어 지난 85년 <삼국사기> 등의 자료를 분석해 양산단층대에 서 큰 지진이 여러 번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천년 동안 양 산단층대가 위치한 경상분지는 5백29회(20세기의 관측지진 93회 포함)나 되는 지진이 발생한 지진빈발지역”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매우 커서 집들이 파괴되고 1 백명 가량이 숨졌다는 것이다. 또한 1643년 7월24일 울산 근처에서 발생 한 지진은 한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어서, 대구·안동·김해 등 의 성곽과 봉화대가 무너진 곳이 많았고, 울산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 이 용솟음쳤다고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지질학계의 연구는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사이에 위치한 울산-경주- 장기곶 삼각지대에 집중되고 있다. 이 삼각지대에서는 ‘지질학적 현대’ 인 신생대 제4기(2백50만년 전∼현재)에 대지진이 발생했고, 지금도 소규 모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는 증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삼각지대 안에는 월성원전과 문화재의 도시인 경주를 비롯해 국내 최 대의 공업벨트인 울산·온산·포항공단이 자리잡고 있어, 만일 이곳에서 큰 지진이 일어난다면 국가 경제가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원자력발전소는 진도 7에도 견딜 수 있게 내진 설계가 돼 있지만, 수많은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해화학물질과 독가스가 저장·수송되 고 있는 공단지역, 그리고 도시가스 배관망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포항 ·경주·울산 시내에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 다.

현재 이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규모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한전의 용역 으로 95년부터 3년 동안 양산단층의 활성 여부를 조사중인 자원연구소의 지질학자들은 짧은 기간 연속해서 일어난 지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실제로 경주시 양남면 석읍·석촌·효동리 일대에서는 지난해 1월25일부 터 열흘 동안에만 규모 1.8∼2.7의 지진이 5번 일어났다. 지난달 26일 월 성원전에 비상을 걸었던 규모 4.3 지진도 이 근처에서 발생했다.

또한 국내지질학자들과 일본 도쿄대의 오카다 교수는 지진다발지역과 가 까운 울산단층과 울산단층의 가지단층인 입실단층에서 신생대 제4기(2백5 0만년∼현재)의 지층이 대지진으로 잘려나간 흔적을 최근 찾아냈다.

오카다 교수는 “20∼30만년 전에 지진으로 단층이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 다”며 이들 단층이 활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이 지역을 다시 조사했던 자원연구소는 “80만년 전에 활동한 단층”이라고 반박했 다.

현재 우리나라의 활성단층은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선정됐다가 취소된 굴 업도에서 발견된 4개뿐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기준에 따라 활성단층을 3만5천년 이내에 한번 또는 50만년에 두번 이상 움직인 단층으로 정의하 고 있다. 반면 일본은 신생대 제4기에 활동한 단층은 모두 활성단층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자원연구소가 80만년 전에 움직였다고 인정한 양산단층대의 단층 은 일본식 정의에 따른다면 활성단층이지만, 미국과 한국 기준으로는 아 직 활성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지진국이 81년에 발간한 ‘중국 및 주변지역 해역의 활동구 조도’는 동해 남부 앞바다의 해저단층을 현저한 활성단층으로, 양산단층 은 비교적 덜 현저한 활성단층으로 표시하고 있다. 일본 활단층연구회가 92년 작성한 활단층도 역시 대한해협과 동해 서남부에 활성단층이 존재하 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활성단층' 우리 정부만 부정

우리나라 정부만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활성단층에서 다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최근에 움직인 단층일수록 단층 면의 고화가 덜 돼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속한 유라시아지각판 은 해양판인 태평양판과 필리핀판 그리고 육지판인 인도판이 밀면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 스트레스가 장기간 축적되면 지각의 가장 약한 부위인 활성단층을 따라 운동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분출하면서 지진이 일 어나게 된다.

문제는 똑같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도 일본 등 지진다발지대보다 지진이 별로 발생하지 않아 대비가 전혀 없었던 지역에서 훨씬 큰 지진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24만명이 사망(80만명 사망 추정)해 20세기 최대의 지진 피해로 기록된 76년 7월 중국 당산지진은 대표적인 사례다.

양산단층대의 영향권이면서 제2의 인구밀집지역인 부산·울산·포항·경 주 등 영남권 도시의 건물·도시가스·산업시설 등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 보다 강화된 특별한 지진안전기준을 적용해 수십년 뒤 닥칠지 모르는 대 지진에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