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지성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2010년… 인간은 화성을 걷는다

(사진/화성 표면에 내려오고 있는 탐사로봇 소저너. 21세기엔 인간의 발이 닿을 가능성이 높다.)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라!

1997년 7월5일 새벽 2시7분(미국 캘리포니아 파사디나 시각 4일 오전 10 시7분) 미국의 무인 화성 탐사선 ‘마르스 패스파인더’호가 장장 1억9천 1백만㎞(지구와 달 거리의 1천배)의 우주비행 끝에 7개월 만에 화성에 안 착했다. 76년 미국의 바이킹 2호가 화성에 착륙한 지 21년 만이다. 두번 째의 화성 탐사지만 바이킹 2호가 정지된 상태의 흑백사진 자료를 전송했 던 데 반해 패스파인더는 화성 지표면을 이동하면서 찍은 원색의 동화상 을 지구에 보내게 돼 인류의 우주 탐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말라버린 화성 계곡의 물길을 뒤진다

패스파인더의 주임무는 한달간에 걸친 기초적인 지질탐사. 착륙선에서 나 온 전자레인지 크기(무게 11.5㎏)에 바퀴가 6개인 탐사로봇 ‘소저너’가 착륙지점 주변 수백평방미터를 1초당 1.13㎝ 속도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면 서(지구에서 원격조종한다) 화성의 지형구조 토양 암석성분 광물질 및 대 기상태 등을 조사해 그 내용을 지구로 보내게 된다. 소저너가 수집한 자 료들은 오는 9월11일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마르스 글로벌 서베이어’ 호가 궤도비행을 하면서 촬영하는 화성 전체 지표 및 대기조사 자료와 함 께 생명체의 존재 등 인류가 화성의 비밀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가 패스파인더의 화성 착륙에 열광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 탐 사가 오랫동안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붉은 별’에 과연 생명체가 존재했는지 여부를 가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런 분위기는 특히 지난해 8월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화성 생명체 흔적을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한껏 고조됐다. 우주 계획에 들어가는 막 대한 예산에 목말라 하는 나사로서는 이런 ‘대중적 열기’야말로 과학적 목적 이상으로 우주 탐사를 계속할 수 있는 중요한 추진력이 아닐 수 없 을 것이다.

패스파인더가 본격적인 화성 탐사에 앞서 실시하는 준비조사 성격을 띠고 있지만, 화성 탐사의 궁극적 목적 가운데 하나가 화성 생명체 존재 여부 를 가리는 데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은 패스파인더가 착륙한 아레스 밸리 스 평원의 환경이다.

화성 적도 부근에 위치한 아레스 협곡지대(화성 북위 19.5도 서경 32.8도 )는 가로 1백60㎞ 세로 90㎞의 비교적 평탄한 평원지대로 탐사선이 착륙 하기 좋은 위치일 뿐 아니라 대홍수로 범람한 흔적이 있는 곳이다. 즉 오 랜 옛날 물이 흐르는 곳이었다면 초기 지구의 생명체 탄생 조건과 환경이 매우 흡사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소저너가 말라버린 계 곡의 물길에서 초기 생명체 흔적을 간직한 여러 유형·연령의 암석을 발 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과연 패스파인더와 서베이어는 나사의 과학자들을 비롯한 일부 화성 생명 체 존재론자들의 기대대로 생명체 존재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러나 좀더 신중한 과학자들은 여전히 화성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희박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화성의 대기층이 얇은 데다 대기의 95% 이상이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 생명체가 숨쉴 수 있는 산소와 습기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과 현 재 화성에 강하게 내리쬐는 자외선으로 인해 생명체가 존재하기 어려운 조건 등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과거 어느 한 시기에 생명이 존재했을 가 능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다. 46억년 전 화성이 탄생한 뒤 약 10억년 동안은 초기 지구 환경과 비슷했기 때문에 지구처럼 원시적인 식물이나 미생물이 살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화성의 극지방에 얼음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얼음 지표면 아래에 미생물이 살고 있을 가능 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구를 벗어나게 될 인류의 터전

이런 화성 생명체 논쟁을 증폭시킨 것은 ‘앨런 힐스’ 논쟁이다. 지난해 8월 나사는 화성에서 떨어져 나와 1만3천년 전 지구 남극에 떨어진 운석 앨런 힐스(ALH84001)를 분석한 결과, 운석 속에서 화성에서 온 것으로 보 이는 ‘다핵 방향족 탄화수소(PAHs)’(지구 미생물이 분해될 때 나오는 것으로 탄소화합물 분자구조를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유기물질을 생 명체의 근간을 이루는 물질로 본다)와 35억년 전의 지구 박테리아와 비슷 한 단세포 미생물의 화석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 러나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나사의 발표에 회의를 표시했다. 회의론 자들은 첫째, 다핵 방향족 탄화수소는 지구에서는 흔한 것으로 화성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남극의 얼음물이 스며든 결과이며, 미 세한 박테리아 화석이 들어 있다는 운석 속의 탄산염도 생명이 살 수 없 는 고온상태에서 형성된 입자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나사가 박테리아로 추정한 화석물질은 나노(10의 -9)미터 이하의 극히 작은 크기 여서 생명기관이 형성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나사의 과학자들은 이 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논란의 평행선 위를 날아 화성에 간 패스파인더가 이 논쟁에 종지부 를 찍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발견이 이 뤄진다면 인류는 기존의 우주관과 생명관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다. 그 러나 패스파인더를 비롯한 일련의 간접적인 화성 탐사로는 화성 생명체 존재 여부를 궁극적으로 해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화성 생명체 존재 여부는 월석을 지구로 가져왔듯이 화성 암석을 지구로 가져 와 분석하거나 인간이 직접 화성을 탐사해야만 확실해질 수 있을 것이라 고 말한다.

미국의 화성 탐사계획도 이런 시각 아래 추진되고 있다. 패스파인더와 서 베이어에 이어 나사는 본격적인 화성 대기와 토양 탐사를 위해 98년 새 탐사선을 화성에 보낼 예정이며, 이어 2001년과 2003년에도 화성의 물과 지표면의 광물성분을 조사할 계획이다. 그리고 2005년에는 화성의 암석을 지구로 가져오는 획기적 탐사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사는 “예산만 뒷받침된다면” 2010년께는 인간이 화성 표면을 걷는 장면을 전 인류가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화성 탐사는 외계 생명체의 확인이라는 대중적 호기심에 힘입고 있지만, 실질적인 목표는 화성의 자원을 활용하고 나아가 지구 밖에 인류의 터전 을 마련하는 것이다. 21세기에 우리는 인류 무대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확장되는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될지 모른다.

이인우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