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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지성/화제의 책 |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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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6년 8월 독일 뒤셀도르프 부근의 네안더계곡에서 대리석을 캐던 광부 들은 2백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 조그마한 동굴 속에서 이상한 뼈들을 발 견했다. 이 뼈는 사람과 비슷했지만 현재 사람은 아니었다. 뼈의 주인은 원숭이인가 유인원인가 사람인가. 인류의 기원에 심각한 의문을 던진 이 발견은 이후 30년간 격렬한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미국의 세계적인 네안데르탈인 전문가인 에릭 트링카우스(미국 뉴멕시코 주립대 인류학 교수)와 화석 연구가 팻 십먼(미국 존스홉킨스의대 교수) 이 쓴 <네안데르탈>(전 2권)은 19세기 유럽 과학 종교 사상계 등에서 진 행된 인류 기원에 대한 ‘대논쟁’의 추이와, 그 논쟁에 참가한 수많은 당대 지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기 전후의 유럽 지성계는 오랜 세월 땅밑에서 잠 자고 있다가 어느 날 불쑥 인간의 눈앞에 나타난 조상의 뼈를 놓고 과학 지식과 종교적 신념을 총동원한 대결을 벌였다. 기독교의 창조론을 고수 하는 전통적인 과학자·철학자들과 생물의 진화를 확신하는 사람들 사이 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 원>이 발표된 뒤 논쟁은 더욱 격화됐다. 런던 대주교 월버 포스는 “당신 의 할아버지 할머니 중 어느 쪽이 원숭이의 자손이냐”는 조롱을 던졌고 ‘다윈의 사냥개’라는 별명답게 진화론의 열렬한 전파자였던 토머스 헉 슬리는 “자신이 전혀 모르는 과학적 논점을 흐려놓기 위해 떠드는 시끄 럽고 경박한 지식인보다는 차라리 정직한 원숭이가 할아버지인 편이 낫다 ”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조상이 원숭이라는 사실에 모욕감을 느꼈다. 그것은 기 독교를 부인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뒷날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로 명 명된 이 두개골에 대해서도 고대 켈트족, 최근 사망한 코사크족, 또는 백 치인간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다. 진화론자들은 궁지에 몰렸지만 포 기하지 않았다. 1886년 벨기에에서 또다른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견됨 으로써 이 논쟁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사람들은 유인원에서 갈 라져 나온 인간의 먼 조상이 지금의 인간처럼 두발로 지구 위를 걸어다녔 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은 진실에 대한 과학적 판단에 앞서 개인 적인 명예욕이나 신념이 더 작용했고 때로 국가적, 민족주의적 경쟁심에 좌우됐다. 심지어 자기 종족에서 인류의 기원과 진화의 절정을 찾으려는 지식인의 과욕은 종종 웃지 못할 해프닝이나 사기극을 빚기도 했다.
<네안데르탈>은 따라서 진화론의 변천에 대한 과학사이자 “전쟁보다 치 열했던” 근대 유럽의 ‘지성사’로 읽힌다. 윤소영 옮김·금호문화 펴냄 . 전 2권 각 9천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