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97년07월17일 제 166호 한겨레21

인터뷰/ 김민기 <모스키토> 예술감독

연극이 끝난 뒤 대학로 한켠 카페에서 <모스키토> 예술감독이자 극단 학 전 대표 김민기(46)씨를 만났다. 약간 거칠은 그의 검누른 낯엔 70년대 이래 시대의 질곡이 나이테처럼 주름져 있는 듯했다. 웃을 땐 그나마 작 은 눈이 아예 없어져 마음씨 좋은 아저씨 얼굴이 되기도 했다.

-<모스키토>는 언제까지 계속됩니까.

=대선 때까지 계속하려고 했는데 지금 추세로는 힘들 것 같아요. 대선 때 가 되면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지 않죠. 선거에 정신을 다 빼앗겨 버리니 까요.

-<지하철 1호선>에 비해 관객이 적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청소년과 정치라는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으려 했는데 힘들었어요. <지하 철 1호선>도 몇번의 수정을 거듭한 뒤인 3년 만에야 관객들이 넘쳐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급하진 않습니다. 지금 대본수정 작업도 하고 있고요. -풍자가 생각만큼 날카롭지 않은 것 같은데요.

=원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정치와 교육이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과 우리의 차이 때문이겠죠.

-우리 정치인들을 풍자했는데 대선을 앞둔 우리 상황에 대해 한 말씀 하 자면….

=(웃으며)난 정치 잘 몰라요.

-그럼 우리 연극은 어떻습니까.

=전 우리 연극계가 작품성 있는 연극에서부터 오로지 상업성만을 추구하 는 포르노성 연극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상업성의 논리에 휘말려 있죠. 이를 극복하려면 정치(정책)가 달 라져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영화산업에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그 이전에 연극에도 시선을 돌려야죠. 연극은 농사의 못자리와 같아요. 그해 농사는 못자리를 어떻게 심었느냐에 따라 이미 결정이 나는 겁니다.

-앞으로 청소년극을 계속 내놓으실 생각입니까.

=그들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청소년극과 아동극을 해보고 싶습니다. 대 학로에 아동극이 많이 있지만 고민을 많이 안 하는 것 같아요. <백설공주 >, <피터팬>도 중요하지만 아동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극이 아동들에게 더 많은 것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록뮤지컬을 고집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오케스트라를 쓸 순 없으니까요. 밴드를 도입하지 않고 반주를 테이프 처리하면 저희도 적자를 많이 보전할 수 있겠죠. 라이브는 한번 듣고 나 면 테이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 느껴집니다. 어렵더라도 라이브는 계 속 고집할 생각입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

=뭐 별 것 있습니까? 일산 집에서 매일 대학로 학전 사무실로 출근해 작 품 다듬고. 오페라 공부도 하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춘향전>, <흥부전> 같은 우리나라 판소리 작품들을 오늘날의 언어로 바 꿔 무대에 올렸으면 합니다. 그런데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어 디 내 생전에 할 수 있을는지.

-혹시 다시 가요를 작곡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그와의 대화는 <부산 지하철 1호선> 준비차 부산에서 올라온 후배들에게 “자기 집으로 가자”고 채근하는 바람에 문득문득 끊어지곤 했다. 자정 이 되어 카페가 문을 닫자 그는 그 후배들과 함께 또다시 포장마차로 향 했다. 대학로 골목 저편으로 사라지는 약간 꾸부정한 그의 어깨가 넓어 보였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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